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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마실 2024. 12. 11. 16:34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와 나는 특별한 둘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노을 지는 해변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예쁜 노을이 하늘을 수 놓았습니다.

선선했던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릿결을 흩날려 주는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친구도 아닌 엄마와 단둘이서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걷다니...

퇴근하고 집에 가면 부엌에서 보던 엄마의 등.

그 굽은 등을 오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이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좋았습니다.

 

"엄마, 여행 오니깐 좋지.?" "우리 엄마 보고 싶다."

엄마의 엉뚱한 대답은 내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엄마의 우리 엄마. 바로 외할머니였습니다.

오래전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나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엄마는 외할머니와의 가슴 아픈 사연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화해 말씀하셨단다.

"현자야, 요양원에서 엄마 좀 데려가 주라."

"엄마, 이제 곧 큰 집으로 이사 가니깐 그때 모시러 갈게요."

그로부터 얼마 후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엄마는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나를 장례식에 데려가지 않았고,

대신 내가 외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무덤에 묻어 주셨습니다.

그 후로는 엄마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긴 세월 꽁꽁 묶어 두었던 그리움이 오늘 불쑥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엄마도 이런 예쁜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좁고 불편한 집이어도 거기서 모셔왔어야 했는데.

고생 안 시켜드리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던 게 후회돼.

그게 살면서 제일 후회돼..." 외할머니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나도 함께 울었습니다.

처음부터 나의 엄마였던 엄마도 딸이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봅니다.

처음으로 내 곁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하는 여린 딸이구나, 싶었습니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중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입니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

여러분은 어느 순간 부모님이 그리웠던 날인가요.?

 

=모셔온 글=

 

사랑했던 시절의 따스한 추억과 뜨거운 그리움은

신비한 사랑의 힘으로 언제까지나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한다.

*그라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