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자장면
맛없는 자장면
종로의 한 중국집은 맛이 없으면 돈을 안 받는다.
그 집에 어느 날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왔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뒤라 식당에서는 청년하나가 신문을 뒤적이며 볶음밥을 먹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자장면 두 그릇을 시켰다.
할아버지의 손은 험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말말 그대로 북두갈고리였다.
아이는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그릇에 자신의 몫을 덜어 옮겼다.
몇 젓가락 안 되는 자장면을 다 드신 할아버지는 입가에 자장을
묻혀가며 부지런히 먹는 손자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왔다.
부모없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모양이었다.
손자가 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 해 모처럼 데리고 나온 길인 듯 했다.
아이가 자장면을 반쯤 먹었을 때,주인이 주방 쪽에 대고 말했다.
"오늘 자장면 맛을 못 봤네. 조금만 줘봐."
자장면 반 그릇이 금세 나왔다.주인은 한 젓가락 입에 대더니 주방장을 불렀다.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 같지 않나?
그리고 간도 잘 안 맞는 것 같애.
이래 가지고 손님들한테 돈을 받을 수 있겠나."
주방장을 들여보내고 주인은 아이가 막 식사를끝낸 탁자로 갔다.
할아버지가 주인을 쳐다보자그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자장면이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꼭 맛있는 자장면을 드실 수 있도록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맛이 없으면 돈을 받지않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손자의 손을 잡고 문을 열며 나가던 할아버지가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주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있었다."고, 고맙구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팔을 붙들려 나가면서주인에게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주인은 말없이 환하게 웃었다. ..
중국집 주인은 할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 처럼,
어린 손자를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하며말없는 정을 베푼것이다
말없이 눈시울을 적신 그 할아버지는영원히 맛없는 짜장면을 잊지 못할것이다
사실은 참으로 맛있었던 자장면을 말이다
- 새벽편지 가족 - 좋은생각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