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부족시족(足不足是足)
足不足是足(족부족시족) 부족한 듯한 족함이 참 족함이다
/宋翼弼(송익필)
吾年七十臥窮谷(오년칠십와궁곡) 내 나이 일흔으로 깊은 골에 누웠으니
人爲不足吾則是(인위부족오즉시) 남들은 부족하다 하나 나는 넉넉하네.
朝看萬峰生白雲(조간만봉생백운) 아침에 일만 봉우리 보니 흰구름 일어
自去自來高致足(자거자래고치족) 스스로 오락가락 높은 아치(雅致) 족하고
暮看滄海吐明月(모간창해토명월) 저녁에 창해를 보니 밝은 달 토해내어
浩浩金波眼界足(호호금파안계족) 넘실넘실 금물결 눈 앞이 족하도다.
春有梅花秋有菊(춘유매화추유국) 봄에는 매화 피고 가을에는 국화 피어
代謝無窮幽興足(대사무궁유흥족) 끝없이 갈아드니 그윽한 흥이 족하고
一床經書道味深(일상경서도미심) 한 책상 쌓인 경서 도학 맛이 깊이 있어
尙友萬古師友足(상우만고사우족) 만고의 벗 숭상하니 스승과 벗이 족하고
德比先賢雖不足(덕비선현수부족) 덕은 선현에 비겨 비록 부족하나
白髮滿頭年紀足(백발만두년기족) 백발이 머리에 가득하니 나이티가 넉넉하도다.
【 作者 】宋翼弼송익필(1534 중종29~1599 선조32) :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본관은 여산, 자는 雲長운장, 호는 龜峰구봉이다. 庶出서출이라 벼슬은 못하였으나 율곡 이이 ․ 우계 성혼 등과 왕래하며 학문을 연구하여 성리학과 예학에 능통하였다. 당시 8문장가중 한 사람이며, 후진양성에 힘써 문하에 김장생 ․ 김집 ․ 정홍명 등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시호는 文敬문경이며, 저서에 ‘龜峰集’구봉집이 있다.
제목이 왜 그러냐. 할지 모른다.
[족부족시족]하니까,
혹 불가(佛家)의 화두(話頭)가 아닌가 생각하는 이도 있을게다.
그러나 그렇게 난해(難解)한 말도, 화두(話頭)도 아니다.
그저 "족하거나 부족하거나 족하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송익필(宋翼弼 1534∼1599 <중종 29∼선조 32>)
이라는 이의 시집(詩集)에 이 같은 제목의 작품(作品)이 있다.
첫머리를
"내 나이 칠십에 궁(窮)한 골짜기에 누웠노라니 사람들이야 부족(不足)하다고 하지만
나는야 족(足)하다."고 하면서
궁벽(窮僻)한 시골에도 봉우리 위의
백운(白雲),명월(明月).매화(梅花).국화(菊花)가 있어 족하다고 했다.
백발(白髮)이 머리에 가득하니 나이도 족하다고 하였다.
실제, 그는 종의 신분으로 전락(轉落)하기도 했던 터라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만(不滿) 투성이의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지 이처럼 뒤집어 생각하며, 불만을 만족(滿足)으로 여기며
평생 동안 마음 편하게 살았다.
낙천적(樂天的)이라기보다는 달관(達觀)했던 인물 일게다.
그러기에 신분(身分)이 비천(卑賤)함에도 유림(儒林)들의
추앙(推仰)을 받고 있지 아니한가?
그렇지 않은가?
세상사(世上事) 마음만 바꿔 먹으면 부족하여 불만 일 것이 없다.
어느 해인가 나는 명동성당 담장 한 모퉁이에 엎드려서 구걸(求乞)하는 이의 등에
이런 구절(句節)을 붙여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게 구걸할 수 있는 이 한 팔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幸福)하다."
자세히 보니 그에게 남아 있는 건 몸뚱이와 왼팔 뿐 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그때 나는 두 팔, 두 다리를 멀쩡히 갖고 길을 걸으면서도 불만스러워 했다.
나는 가끔 길을 걸을 때마다 소음(騷音)을 내며 지나는 차(車를 보고
얼마나 불만스러워 했는지 모른다.
내가 차를 몰고 다닐 땐 길이 막혀 또한 불평(不評)했다.
남들이 갖지 않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불만했다니, 이 아니 어리석은가?
그런데 이제는 남들도 다 갖고 있어서 더욱 불만이란다.
예전엔 모든 것이 부족해서 불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족해서 보다는 족해서 불만 인 것이 너무 많다.
한 예로,
먹을 것이 없어 무척 고생(苦生)하며 서러웠는데,
지금은 먹고 남는 음식쓰레기 때문에 골칫거리다.
그래서 불만(不滿)이다.
장난기 어린 말이지만, 어떤 이는 불만이 없어 불만이라나?
왜들 그렇게 불만이 많은가?
그것은 족함을 느끼지 못해서이다.
족함은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오직 생각하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을 뿐이다.
우리처럼 평범(平凡)한 사람들은 부족한 것에서 족함을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最小限) 족한 것에서 족함을 느낄 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내 주위(周圍)에 모든 존재(存在)하는 것들이 있어서
족하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어떨까?
그리고 족하든 부족하든 그런 것들 때문에 행복(幸福)하다는 사실(事實)도
함께 발견(發見)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명언 :소유물의 부족은 개선할 수 있으나 영혼의 가난은 해결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몽테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