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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 열개가 만든 인연.

가마실 2023. 10. 31. 15:35

오뎅 열개가 만든 인연.

 

막노동으로 생활비와 검정고시 학원비를 벌던 시절.

밥값이 없어 저녁을 거의 굶을 때가 많았다.

어느날 저녁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머니에 400원 밖에 없었다.

​​ 매일 집으로가는 길목에 포장마차에 들려 오뎅 한 개 사 먹고, 국물만 열번 떠 먹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 아주머니가 오뎅을 열 개나 주었다.

"어차피 퉁퉁 불어서 팔지도 못하니까 그냥 먹어요."

허겁지겁 먹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 후(後)에도 퉁퉁 불어버린 오뎅을 거저 얻어 먹곤 했다.

그때 저는 아주머니께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꼭 갚아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군대(軍隊)를 제대하고 대학교도 졸업하고,

운 좋게도 대기업(大企業) 인사과에 취직이 되었다.

아직도 그 포장마차가 그 곳에 있을까 싶어 찾아가 보았다.

 

6년 만이었다.​​ 여전히 장사를 하고 계셨다.

그런데 아주머니 옆에 아들이 함께 있었는데, 다리를 심하게 저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이라 마땅한 취직(就職) 자리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아주머니가 안쓰러웠다.

 

우리 회사(會社)는 장애인을 전문으로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58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학자금도 보장되는 회사다.

당장 회사 부장님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부장님은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아들이 채용되자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다.

"이 은혜(恩惠)를 어떻게 갚죠.? 나는 대답했다.

"제가 먼저 빚 졌잖아요. 그걸 갚았을 뿐인걸요."

 

나에게는 어렵지 않는 일이 그 분에게는 절실한 일이었고,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게 그 분이 필요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찮은 당신의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몇 백배의 가치를 가집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뎅국물 한컵이 큰 고마움이 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