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88)욕지거리의 내력
강원도 관찰사가 송이버섯과 돈보따리를 싸 들고 한양에 올라갔다.
그가 찾아간 곳은 당대의 세도가이자 그의 후원자인 김판서의 첩네 집.
퇴청한 김판서가 의관을 갈아입고 장죽을 빨다가 관찰사를 맞았다.
두사람은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여보게 관찰사, 요즘 내 체면이 말이 아닐세.”
“대감께서 체면 깎이실 일이 무엇입니까?”
“기력이 쇠했는지 도대체 잠자리가 되지 않아 첩에게 얼굴을 들 수 없네그랴.”
강원도로 내려온 관찰사가 강릉현감을 불렀다.
“여보게 현감, 한양 김판서가 밤마다 체면을 구긴다네.
자네가 해구신 두개만 구해 주게나.”
“걱정 마십시오.”
강릉현감이 현청으로 돌아와 이방을 불렀다.
“이방, 한양 김판서의 잠자리 기력 보강을 내가 떠맡았네.
해구신 세개만 빨리 구해 오게.”
“예, 알겠습니다요.”
이방이 곰방대로 대문을 두드린 집은 어선이 세척이나 되는 황첨지네 집이다.
“황첨지, 해구신 네개를 닷새 내로 구해 오시오.”
이방으로부터 전후 상황을 듣고 난 황첨지는 황당했다.
“물개 수놈이 쉽게 잡힙니까?
더구나 초겨울에….”
“이번 일은 내 목과 황첨지의 배 세척이 함께 걸려 있는 문제요.”
이방의 협박에 황첨지는 데리고 있는 어부들을 모두 불러 모아 수놈 물개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배를 타고 사흘이나 바다를 훑고 다녀도 물개는 구경도 못했다.
죽을상이 되어 애꿎은 담배만 빨아대는 황첨지에게
어부 박씨가 찾아와 귓속말을 했다.
그 말에 황첨지가 눈을 번쩍 떴다.
“이 일이 들통이 나면 우리 둘은 목이 성치 못해!”
박씨가 마을로 가서 수캐들을 잡아 연기에 그을린 수캐 거시기 네개를 들고 왔다.
황첨지는 그것들을 정성 들여 한지에 말아 비단보자기에 싸서 이방에게 바쳤다.
이방이 한개를 삥땅 치고 세개를 현감에게 올리자
현감은 크게 기뻐하며 하나를 자기 주머니에 넣고 두개를 관찰사에게 올렸다.
관찰사가 다시 하나를 빼돌리고 남은 하나를 한양 김판서에게 전했다.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이방이 황첨지를 찾아왔다.
“황첨지, 한양 김판서의 호출이오!
올라갈 채비를 하시오.”
황첨지는 털썩 주저앉았다.
박씨의 멱살을 잡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죽을 각오를 하고 한양으로 올라가 김판서 앞에 꿇어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김판서가 덥석 황첨지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자네가 해구신을 구해 준 사람인가?
자네 덕분에 내가 봄을 맞았어. 구하는 족족 올려 주게.”
황첨지는 두둑이 수고비를 받고 김판서네 집사를 따라 한양 구경도 잘했다.
그리고 이튿날 전대를 허리에 차고 해장술에 불콰하게 취해 동대문을 나가며 한다는 말.
“껄껄껄, 개×도 모르는 것들!”
강원도 관찰사가 송이버섯과 돈보따리를 싸 들고 한양에 올라갔다.
그가 찾아간 곳은 당대의 세도가이자 그의 후원자인 김판서의 첩네 집.
퇴청한 김판서가 의관을 갈아입고 장죽을 빨다가 관찰사를 맞았다.
두사람은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여보게 관찰사, 요즘 내 체면이 말이 아닐세.”
“대감께서 체면 깎이실 일이 무엇입니까?”
“기력이 쇠했는지 도대체 잠자리가 되지 않아 첩에게 얼굴을 들 수 없네그랴.”
강원도로 내려온 관찰사가 강릉현감을 불렀다.
“여보게 현감, 한양 김판서가 밤마다 체면을 구긴다네.
자네가 해구신 두개만 구해 주게나.”
“걱정 마십시오.”
강릉현감이 현청으로 돌아와 이방을 불렀다.
“이방, 한양 김판서의 잠자리 기력 보강을 내가 떠맡았네.
해구신 세개만 빨리 구해 오게.”
“예, 알겠습니다요.”
이방이 곰방대로 대문을 두드린 집은 어선이 세척이나 되는 황첨지네 집이다.
“황첨지, 해구신 네개를 닷새 내로 구해 오시오.”
이방으로부터 전후 상황을 듣고 난 황첨지는 황당했다.
“물개 수놈이 쉽게 잡힙니까?
더구나 초겨울에….”
“이번 일은 내 목과 황첨지의 배 세척이 함께 걸려 있는 문제요.”
이방의 협박에 황첨지는 데리고 있는 어부들을 모두 불러 모아 수놈 물개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배를 타고 사흘이나 바다를 훑고 다녀도 물개는 구경도 못했다.
죽을상이 되어 애꿎은 담배만 빨아대는 황첨지에게
어부 박씨가 찾아와 귓속말을 했다.
그 말에 황첨지가 눈을 번쩍 떴다.
“이 일이 들통이 나면 우리 둘은 목이 성치 못해!”
박씨가 마을로 가서 수캐들을 잡아 연기에 그을린 수캐 거시기 네개를 들고 왔다.
황첨지는 그것들을 정성 들여 한지에 말아 비단보자기에 싸서 이방에게 바쳤다.
이방이 한개를 삥땅 치고 세개를 현감에게 올리자
현감은 크게 기뻐하며 하나를 자기 주머니에 넣고 두개를 관찰사에게 올렸다.
관찰사가 다시 하나를 빼돌리고 남은 하나를 한양 김판서에게 전했다.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이방이 황첨지를 찾아왔다.
“황첨지, 한양 김판서의 호출이오!
올라갈 채비를 하시오.”
황첨지는 털썩 주저앉았다.
박씨의 멱살을 잡았지만 무슨 소용인가.
죽을 각오를 하고 한양으로 올라가 김판서 앞에 꿇어앉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김판서가 덥석 황첨지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자네가 해구신을 구해 준 사람인가?
자네 덕분에 내가 봄을 맞았어. 구하는 족족 올려 주게.”
황첨지는 두둑이 수고비를 받고 김판서네 집사를 따라 한양 구경도 잘했다.
그리고 이튿날 전대를 허리에 차고 해장술에 불콰하게 취해 동대문을 나가며 한다는 말.
“껄껄껄, 개×도 모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