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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마지막 정사

by 가마실 2023. 4. 17.

열여섯살​ 무남독녀만 데리고 사는 과부 심씨는
외당숙이 고을 사또라 어딜 가나 큰소리치고 양반가문임을 뽐내며
수절하는 걸 자랑한다.




문전옥답 쉰여마지기를 물려받아 언제나 곳간이 그득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나오는 법이 없어 심씨 집 머슴치고 눈물을 흩뿌리지 않고
나간 사람이 없다.

가뭄으로 작황이 나쁜 걸 머슴 탓으로 돌려 새경을 깎고,
아파서 일 못한 날을 적어놓았다가 새경에서 제하고,
쭉정이 나락을 새경으로 줘 머슴을 울린다.

사또인 외당숙은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머슴을 잡아다 오히려 볼기짝을 때린다.

어깨가 떡 벌어진 스무살 벙어리는 황소처럼 일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데다 해가 바뀌어도 새경 얘기는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어느 날
점심나절 집으로 들어온 총각머슴이 하늘을 가리키며

"어버버버버......"


소리치자 심씨가


"그래 오늘은 쉬어라"


했는데,
시선이 비에 젖어 삼베바지가 착 달라붙은 머슴의 하초에 꽂혔다.


심씨는 우물가에서 벌거벗고 멱 감는 머슴 녀석을 보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멱을 감고 점심상을 물린 후
툇마루에서 여덟 팔자로 낮잠을 자는 머슴의 하초는 척막을 쳤다.


딸이 전날 외할머니를 따라 외가에 가서 사흘을 묵고 온다고 했으니
집에는 심씨와 총각머슴 뿐이다.
한참 농익은 마흔살 심씨는 후끈 몸이 달아올라
벌써 사타구니가 축축해졌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날 밤,
심씨는 홑치마만 걸치고 머슴방으로 들어갔다.
코를 골며 곯아 떨어진 머슴의 바지춤을 내리고 홍두께처럼 솟아오른 양물을 잡고
심씨는 부르르 떨었다.


아....
이게 얼마 만인가....
바위덩어리 같은 총각 녀석이 심씨를 올라탔다.
푸짐한 육덕의 심씨가 마음껏 지르는 교성은 낙수 소리에 묻혔다.


폭풍이 지나가자 두사람은 땀범벅이 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떨어져 누웠다.
낙수에 땀을 씻은 총각 녀석의 양물이 다시 솟구쳤다.
두 사람은 안방으로 가 금침 위에서 또다시 살과 뼈를 태웠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안방 금침 위에서 눈을 뜬 벙어리 머슴 녀석이 한다는 소리


"양물이 터지니 말문이 터지네."


심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 오늘은 일 못하겠소.
닭이나 한마리 잡아주시오."


지난 단옷날 온 고을 사람들 앞에서 열녀상을 탔던 심씨는 앞이 캄캄했다.


벙어리라 소문 안 날 것으로 믿었는데
말문이 터지고 이제는 주인 행세까지 하다니.....


외당숙에게 고하면 이 녀석 작살낼 수야 있지만
열녀상을 준 사또는 뭐가 되고 수절을 자랑하던 자신은 뭐가 되나....


"알았네, 알았어.
닭 잡아 올릴게..."


닭백숙을 먹고 난 총각 머슴.
또 한다는 말씀 좀 보소....


"댁의 따님,
다른데로 시집보낼 생각 마시오."


"야,
이 도둑놈아."


심씨는 다듬이 방망이를 들어 머슴의 정수리를 내리쳐
모녀를 모두 차지하려던 사기꾼 벙어리는 눈을 크게 뜬 채 황천 길로 가버렸다.


그러고 나서 심씨도 목을 맸다.


고을 사또 진두지휘 아래 살인사건 수사가
머슴에게 겁탈 당해 범인을 죽이고 자진한 심씨로 마루리 되어
열녀비를 세워 장사를 지냈다. 

(66) 마지막 정사〔조주청의 사랑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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