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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탁란(托卵)

by 가마실 2023. 5. 9.

탁란(托卵)


서른이 갓 넘은 다산댁은 벌써 아들을 일곱을 낳았다.
언제나 막내가 젖을 떼자마자 또 배가 불러 올라 열달이면 어김없이 가을무 뽑아내듯이 아들을 쑥쑥낳았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한 할미가 찾아와 다산댁을 놀라게 했다.

“욱천에 사는 허진사는 만석꾼 부자지만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씨받이를 찾고 있다네.”

욱천이라면 40리 떨어진 고을이다. 그 매파는 다산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애도 못 낳는 허진사 부인은 세도가 친정을 믿고 어찌나 기가 센지 허진사를 한눈 팔지 못하도록 해 놓고 씨받이를

찾고 있네. 그 임무를 내가 맡았지만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60리 안의 온 동네를 석달이나 쏘다녀 봐도 헛걸음만
첬는데, 강 건너 마을에서 다산댁 얘기를 듣고 이렇게 찾아왔다네.”

다산댁이 펄쩍 뛰었지만 허진사의 아들을 낳아 주면 그 보상으로 논 다섯마지기를 준다는 말에 또 한번 놀라 딱 부러지게

거절을 못했다. 보릿고개엔 초근목피로 목숨을 이어가는 찢어지게 가난한 다산댁에게 논 다섯마지기는 눈이 뒤집히는
엄청난 재물이었다.

매파가 나루터 주막에 하룻밤 자기로 하고, 저녁나절 화전 밭뙈기에서 콩을 뽑던 박서방이 집으로 돌아오자 다산댁은

베갯머리송사로 그 얘기를 털어놓았다.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한 박서방이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아이들 서당에나
보냈으면 한이 없겠네” 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튿날 다산댁이 보따리 하나를 옆구리에 차고 매파 할미를 따라가자 가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식구들이나 눈물바다가 되었다.

욱천마을에 가서 허진사 안방마님에게 인사를 올리고 다산댁은 후원 별당에 보따리를 풀었다.

매파 할미가 감시자로 한방에서 거처하게 되었다. 한달 동안 허진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안방에 불려 갔던 매파가 돌아와 다산댁을 목욕시켰다.

날이 저물자 매파는 별당에 간단한 술상을 차려 놓고 자리를 피했다.

도포자락을 잡고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며 허진사가 들어왔다.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한 채 다산댁이 촛불을 껐다.
부스럭부스럭 옷 벗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다산댁의 옷고름을 풀었다.

‘에게게.” 다산댁은 속으로 한숨을 토했다.

가냘픈 몸매에 허벅지는 남편 박서방의 팔보다 가늘었다.
허진사가 다산댁 손을 끌어당겨 다산댁이 허진사의 하초를 잡자 아이 자지만 한 게 그것도 제대로 서지 않았다.
조몰딱조몰딱 억지로 세워 놓았더니 다산댁 배에 올라타 토끼처럼 깝작대고는 그새 나가떨어졌다.

닷새도리로 허진사가 다녀갔다.

한달이 넘게 매파 할미와 한방에서 살다 보니 정이 들어 다산댁은 이모라 부르며 서로 온갖 얘기를 주고받았다.
다산댁이 허진사의 이불 속 얘기까지 털어놓자


“그럴 줄 알았어. 문제는 허진사야.”


한숨을 길게 토하던 할미가


“아들을 못 낳아 주면 자네는 논 다섯마지기를 못 받고 나는 논 한마지기를 못 받게 되네.”

이틀 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깊은 밤에 별당 문이 살짝 열리고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가 스며들었다.

다산댁과 그 남자는 어찌나 거세게 운우의 정을 나누는지 다락에 쪼그리고 앉은 매파 할미도 후끈 달아올랐다.

열달 후, 다산댁은 아들을 낳았다.

7년 후 허진사의 아들이 서당에서 나올 때 먼발치서 한 여인이 유심히 그를 바라보고 홀연히 사라지며 중얼거렸다.

 “박서방을 꼭 빼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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