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黃昏期)에 맞이하는 가을]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지만 온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 힘을 다하여 삶을 사랑했을까?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반듯한 명함(名銜)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세울 이름도 없는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 하고 살았을까? 하는 후회(後悔)는 또 왜 이렇게 많을까?
그리움을 다하여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瞬間)도, 사랑을 다하여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慾望)의 시간(時間)도, 황혼기(黃昏期)의 가을 앞에 서면 모두가 놓치기 싶지 않은 추억(追憶)인데!..
그래, 이제는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未練)도 앨범 속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황혼기에 맞이하는 가을 앞에서는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來日)이 아름다우리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어 버리자!!..
[늙으니까 참 좋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고, 주인 되어 물처럼 살 수 있는 자유. 늙음이 아니면 어찌 누리리!
일하기 싫으면 놀고, 놀기 싫으면 일하고, 머물기 싫으면 떠나고, 떠나기 싫으면 머물고, 내가 나의 의지 처 되어 바람처럼 살 수 있는 행복, 늙음이 아니면 어찌 맛보리!
회한의 벼랑 끝에 서서 돌려 달라 돌려 달라, 악다구니를 쓴다 해서 되돌아올 청춘도 아니지만 사랑과 미움의 격랑 헤치며
인욕의 바다 허우적대던 그 맵고 짜고 쓰고 달던 날들이야 추억의 불쏘시개로 족한 것을 내 인생 계절로 치면,
가을의 중턱 하루로 치면 해 기우는 오후 서너 시쯤, 예서 무얼 더 바라겠는가? 예서 무얼 더 취하겠는가?
서라벌 밝은 달 아래 밤늦도록 노닐던 처용처럼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 꺾어 바치겠다던 노옹처럼 춤이나 추면서 노래나 부르면서 아, 늙으니까 참 좋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가지 않음을 알고, 아무리 싫은 것도 오래가지 않음을 알고, 아무리 기쁜 것도 잠시 지나가는 바람,
아무리 슬픈 것도 잠시 일어나는 파도임을 알기에 서두를 일도 끙끙댈 일도 없고, 그냥 먼 산 보듯 고개 끄덕 끄덕이며
가족을 위해서도 아니고, 사회를 위해서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에게로 열린 눈, 나에게로 열린 귀, 마음의 소리 들으며 잃어버린 나를 만나 꽃피우는 진정한 사랑, 늙으니까 참 좋다!!
- 모셔온 글 -
'☞가로등 > 자유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송한데,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거든요” (0) | 2023.10.13 |
---|---|
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 (0) | 2023.10.12 |
중국이 한글을 지네꺼라 못하는 이유 (0) | 2023.10.11 |
이재명의 ‘포옹’이 의미하는 것 (0) | 2023.10.11 |
남자가 70을 넘어 90歲를 바라보면 (0) | 202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