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대차대조표
국힘 패배하면 尹정부 기능 상실
‘선장 없는 나라’ 혼란 피하려면
임기 상관없이 결단해야 할 것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치는 이재명 시계대로
대선 재도전으로 이어질 것
국회의원 뽑는 선거로 보이지만
결국은 尹·李 신임투표다
내년 4월 10일 총선거는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다. 국회의 과반수를 국민의힘이 가져가면 윤 정권은 2년 만에 비로소 실질상의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것이고 민주당이 이기면 ‘윤 정권’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기조차 힘들게 된다. 그리고 정치는 이재명의 시계대로 흘러간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이라는 형식을 빌린 윤석열 대(對) 이재명의 재(再)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망하는 승자 독식, 패자 독박의 시소게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운명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만도 아니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의미가 없다. 관건은 대한민국의 진로다. 한국의 체제관(體制觀)-가치관-세계관의 대립이다. 어떤 체제·가치·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집단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의 지평과 지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른 정치적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를 그려보는 것도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국회의 과반을 얻게 되면 윤 정부는 일단 안정을 확보하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얻게 된다. ‘초보 대통령’으로서의 미숙함, 리더십 훈련의 부재(不在), 인적 자원의 제한성 등이 여전히 윤 정부의 과제로 남겠지만 일단 거부권 행사로 근근이 유지해온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운영의 큰 걸림돌이었던 소수 정권의 불구성(不具性)에서 벗어날 수 있어 국정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기대된다.
국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 국민의 과반이 대통령을 불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 안에 또다른 선거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 평가다. 더욱이 기고만장한 좌파 세력의 폭주 앞에서 대통령은 촌각도 살아남을 수 없다.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다.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선장(船長) 없는 나라’의 혼란과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다.
지금도 민주당은 당선된 지 2년도 안 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고 흔들어대고 일부는 탄핵하겠다고 난리인데 총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 더해 온갖 좌파단체와 세력들의 퇴진과 탄핵 요구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가히 무정부 상태를 연상할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 애국심이 있다면 임기를 구실로 이런 난국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는 이재명씨의 득세와 독주로 이어진다. 엄청난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당을 이끌어 승리를 이끌어냈으니 그의 정치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 이 대표의 유일(唯一)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추궁은 속도를 낼 수 없고 결국 그에 대한 재판은 ‘야당 탄압’의 아우성에 묻히게 마련이다. 그것은 곧 이 대표의 대권 재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물 밑에서 거론되던 민주당 내의 탈(脫)운동권, 탈(脫)친북세력화 움직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민주당의 패배는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정통 진보·좌파 정당으로 복귀하는 계기를 마련했을 수도 있다. 이재명 체제의 붕괴, 운동권 세력의 퇴진, 친북노선의 수정을 통해 우리 정계에 건전한 정당 정치를 되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면서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국민 각자는 우리 지역의 대표로 어느 사람이 더 적절한가를 판가름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윤 정부가 더 지속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여기서 윤 정부의 존재 가치는 끝났다고 보는지, 그 대안으로 이재명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지를 우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던지는 한 표가 대통령과 정부와 여야의 향배를 통해 나라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표의 날이 정확히 4개월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대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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