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잃은 시진핑 정권, 어디로 가고 있나
中 인구 6억 월소득 20만원 미만
이런 상황인데 미·중 패권 경쟁?
인민 눈으로 보면 어불성설
부동산 시세 폭락하면서
매달 100건 중 전역서 시위
개혁·개방 요구하는 세계 압박
중국은 결국 견딜 수 없을 것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방 자본가들을 향해 중국에 투자해달라 호소하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보면서 작년 이맘때를 되돌아본다. 지난해 10월 14일 베이징의 한 육교에서 “나라의 역적[國賊] 시진핑을 파면하라!” 외치는 ‘브리지맨’의 1인 시위가 벌어졌다. 11월 말엔 중국 전역 17개 주요 도시에서 최소 23건의 집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백지를 손에 든 청년들은 “공산당 퇴진, 시진핑 하야!”를 부르짖었다.
급기야 작년 오늘 시진핑은 시위를 언급하며 제로-코비드 정책의 후퇴를 암시했고, 일주일 후 중국 당국은 방역 해제를 발표했다. 철권 통치의 빅브러더도 성난 민중은 두려웠던가 보다. 물고기처럼 민심의 바다를 헤엄치라는 마오쩌둥의 충고라도 떠올랐을까.
냉전 시대 유수 언론과 학계 전문가들은 군사력 증강을 근거로 미·소 경쟁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 때문에 소련 해체 직전까지도 미국 학계는 물론 중앙정보부(CIA)조차 소련의 체제적 안전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군사력 강화가 곧 체제 유지라는 고정관념이 패착이었다. 소련 인민의 참혹한 생활고를 훤히 알면서도 민심 이반이 체제 붕괴를 초래한다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미·중 대결에 관해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진 않나 의심스럽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2위에 올라선 2010년 이후 “중국이 대체 언제 미국을 따라잡나?”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몇 년 전까지도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한다는 낙관론이 팽배했었지만, 최근 2년 사이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 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 인구 절벽 등 중국 경제의 뇌관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중국은 결코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실제로 2년 전 미국의 75%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던 중국의 GDP는 올해 3분기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다시 64%까지 주저앉은 상태이다.
미·중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지난하다. GDP만으로는 양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중국의 GDP가 미국과 대등해지더라도 인구가 미국의 4.35배인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22.9%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인 네다섯 명의 소득을 모아야만 미국인 한 명의 소득과 같다는 얘기다. 미·중 경쟁을 분석할 때 GDP를 따지는 이유는 국제정치의 행위자는 각 나라 정부이며, 경제 규모가 가장 편리한 국력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 경제의 현실을 보려면, 그보다는 GDP의 수치가 은폐하는 인민 생활의 실상에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사망한 리커창 전 총리는 2020년 5월 중국 인구의 42%에 달하는 6억명의 월 소득이 1000위안(약 140달러) 이하라고 발표했다. 경제 규모 세계 2위 중국의 빈곤상을 까발리는 충격적 폭로였다. 국가 중심적 관점을 버리고 인민의 눈으로 본다면, ‘미·중 패권 경쟁’이란 문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제적 위기에 몰린 중국 정권은 인권과 자유를 더욱 옥죄고 있다. 격화되는 인권 탄압은 들불처럼 번지는 사회적 불만의 방증이다.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에 따르면, 삼엄한 감시와 철저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중국에선 부동산 시세가 폭락하면서 1777건 이상의 시위가 이어졌다. 매달 100건의 시위가 전국 276개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100여 건의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
1989년 톈안먼 대학살이 벌어진 후 중국 안팎의 지식인들은 중국이 머잖아 민주화될 것이란 희망 섞인 예측을 무수히 쏟아냈었다. 지금까지 그들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1946년 최초로 ‘냉전’이란 신조어를 만든 오웰은 소련이 민주화되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썼다. 그 예언이 실현되기까진 45년의 세월이 걸렸다. 내년은 톈안먼 대학살 35주년이다. 반세기 앞서 소련의 몰락을 내다봤던 오웰의 혜안은 놀랍거니와 앞으로 최소 10년 더 중국의 사회 현실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백지를 손에 들고 시위를 하는 청년들을 보면 중국은 희망의 대륙이다. 세계시장을 가진 중국이기에 참된 개혁과 개방을 요구하는 세계의 압박을 중국은 견딜 수가 없다. 희망이 현실로 바뀌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적 진화에서 시간은 늘 희망의 편이었음을 인류의 역사가 웅변한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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