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아름답고 슬픈 이름의 새 극락조
기이하게 생각되는 새가 하나 있다. 이름이 극락조이다.
세계의 내노라고 하는 새들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이런 멋진 이름을 가진 새는 발견 할 수 없다.
영어 이름은 bird of paradise다. 천상의 새, 또는 천국의 새다.
역시 환상적인 이름이다. 그러나 이 새는 상상의 새가 아니라, 실제로 동남 아시아의 정글에 사는 현세의 새다.
이 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세계의 새들을 다 모아 놓아도 이만큼 예쁜 새를 찾아 보기는 힘들다.
극락조가 짙은 정글 사이를 사뿐 사뿐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하늘하늘 하강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천상의 새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가인 박명(佳人薄命)이라던가? 모진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불구가 되는 불행을 겪으면서 억지로 받은 서럽고 모진 이름이다.
극락조는 보르네오 섬과 그 인근 인도네시아 서부 일대,그리고 오스 트라리아 서부 일대 깊은 숲 속에 산다.
종의 종류가 다양해서 42개 나 되는 종이 있다.
크기 또한 차이가 극심해서 참새만한 크기에서 어지간한 거위 크기의 큰 종도 있다.
생김생김이나 색깔도 가지각색이어서 그저 멧비둘기 수준의 수수한 모습의 극락조에서
눈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극락조까지 변이 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소리는 별로 아름답지가 않지만 교미 때는 오페라 극장 같은 전용 무대를
만들어 놓고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짝을 유혹한다.
극락조는 이미 아시아에서 그 아름다움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던 고급 상품이었다.
서 방에 알려진 것은 1520년도였다.
술탄 바트치안이 세계 일주에 나섰던 마제란에게 이 극락조가 신의 새라고 소개하면서
스페인 국왕에게 전해 달라고 그 깃털이 고스란히 보존된 몇 장의 새가죽을 선사했었다.
마젤란 함대의 유일하게 생존 한 마지막 배가 돌아와 이 극락조의 깃털을 국왕에게 바치자
유럽에 서는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 화제가 되었었다.
뉴기니아 원주민들은 이 새의 깃털 가죽을 팔때는 날개와 다리를 제거 한 후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새 깃털 가죽을 몰루카 섬에서 구입한 선원들이 그 섬의 원주민에게 극락조가
다리도 날개도 없이 살 수 있냐고 물어본즉 그들은 그 새가 'bolong diuata',
다시 말하면 이 다리가 없는 새는 신을 모시는 새이기 때문에 절대 땅은 밟지 않고
하늘에서 흐르듯 살 면서 이슬만 먹고 살다가 죽을 때에야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리는 없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 때는 그런 때였던지 이런 전설을 유럽 인들은 그대로 받아 들였다.
그 뒤 이 지역을 방문하는 탐험대가 드문 드문 돌아오면서 털가죽을 몇 장씩 가져오는
이 새는 '천상의 새' 다시 말하면 'Birds of Paradise' 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주어졌다.
원주민들이 신의 새로 부른다는 극락조의 현지명을 유럽형으로 바꾼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