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와 나는 특별한 둘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노을 지는 해변을 함께 걸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예쁜 노을이 하늘을 수 놓았습니다.
선선했던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릿결을 흩날려 주는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친구도 아닌 엄마와 단둘이서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걷다니...
퇴근하고 집에 가면 부엌에서 보던 엄마의 등.
그 굽은 등을 오늘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이상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좋았습니다.
"엄마, 여행 오니깐 좋지.?" "우리 엄마 보고 싶다."
엄마의 엉뚱한 대답은 내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엄마의 우리 엄마. 바로 외할머니였습니다.
오래전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나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습니다.
엄마는 외할머니와의 가슴 아픈 사연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화해 말씀하셨단다.
"현자야, 요양원에서 엄마 좀 데려가 주라."
"엄마, 이제 곧 큰 집으로 이사 가니깐 그때 모시러 갈게요."
그로부터 얼마 후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엄마는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나를 장례식에 데려가지 않았고,
대신 내가 외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무덤에 묻어 주셨습니다.
그 후로는 엄마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긴 세월 꽁꽁 묶어 두었던 그리움이 오늘 불쑥 튀어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엄마도 이런 예쁜 광경 한 번쯤은 보고 가셔야 했는데.
엄마는 못난 딸이라 이런 데 한 번도 못 모시고 왔어. 좁고 불편한 집이어도 거기서 모셔왔어야 했는데.
고생 안 시켜드리고 싶은 욕심에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던 게 후회돼.
그게 살면서 제일 후회돼..." 외할머니 이야기를 마친 엄마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나도 함께 울었습니다.
처음부터 나의 엄마였던 엄마도 딸이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봅니다.
처음으로 내 곁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하는 여린 딸이구나, 싶었습니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중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입니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부모님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
여러분은 어느 순간 부모님이 그리웠던 날인가요.?
=모셔온 글=
사랑했던 시절의 따스한 추억과 뜨거운 그리움은
신비한 사랑의 힘으로 언제까지나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한다.
*그라시안*
'☞가로등 > 자유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봐도 외래어/한자어 같지만 의외로 순우리말인 단어들 (0) | 2024.12.16 |
---|---|
국민의힘이여, 지금을 절망하지 말라 (0) | 2024.12.16 |
쓸모없는 나무 (0) | 2024.12.10 |
된장의 오덕 (0) | 2024.12.02 |
박정희를 예찬하는 사람들 (0) | 2024.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