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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자유공간

마담과 레지 그리고 커피 이야기

by 가마실 2025. 1. 26.

마담과 레지 그리고 커피 이야기

 

 

나이 60~70대 후반 지난 사람치고 옛날 다방에 잊지 못할 추억이 한 자리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시의 다방에는 낭만도 있었고, 남자의 자존심 도 있었 고,사랑도 있었고, 눈물 쏟아내는 이별의 장이기 도 했었다.

 

 

​가끔 열리는 국가대 표 축구 경기의 단체 관람장 이기도 했으니, 그 당시 다방은 ‘한국적 명물’로 어른들의 사랑방, 대학생들 의 만남의 방, 직장인의 휴식 공간, 동네 한량들의 아지트였으며, 데이트와 맞선 공간, 가짜 시계등이 거래되는 상 거래 공간, 음악감상 공간 등, ​ '거리의 휴게실' 이자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45년 해방무렵 서울에 60개 정도의 다방이 있었고, 1950년 대 말엔 1,200개로 늘었다 고 하는데, 1990년대 후반 들어 커피 전문점 카페로 대변 되는 원두커피 전문점이 부흥하기 이전인, ​ 30년간 다방은 한국 문화를 이끌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본격적 음악 감상실이 생겨나 기전까지 항구도시 부산의 광복도 남포도에도, 대구 반월동서 동성로를 거쳐 대구역으로 이어지는 큰 길, 골목길에도,우후 죽순처럼 다방이 마구 생겨 나고 있었다.​

 

 

작은 부스에 DJ가 들어 앉아 김추자 노래도, 송창식의 고래사냥, 폽송도 틀어 주면서, ​ 때로는 “양복점 이사장님 카운터에 전화 왔습니다.”라 는 소식도 들려주었으니, ​ 음악실의 역할까지하면서 “읍내다반” "향수다방" "수다방" "왕비와 왕다방" "심지다방'' "황금다방" “중앙다방”에서, 서서히 이름 바뀌어 “송죽다방” “준(JUN)다방” “New York 다방”까지,한 시대를 풍미했다.​

 

 

​ 젊은 청춘을위한 시내 중심가 를 벗어난 다방은 카운터에 중 년 여성인 ‘마담’이 앉아있고, ‘레지’(영어로 lady)라고 불리 는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커피 를 날라주는 동안에, ​ 구슬픈 뽕짝가락이 손님들의 가슴을 저윽히 적셔주는 그런 형태였다.​

 

 

그 당시 사람치고 시골 읍내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내 중앙통에 있는 다방의 마담이나 레지와 의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노닥 거리며 시간을 보내려고 주막에서 세련된 다방으로 가는 사람도 많았다.​ 다방에 들어서면 낮익은 마담 과 레지가 경쟁하듯 환하게 웃 으며 맞아줬고, ​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 이 옆자리에 살포시 앉으면서 속보이는 친절을 떨었다.

 

 

손님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정 오빠보다 더 정겹게 팔짱을 끼 며 애교까지 부리는 그 분위기를 우쭐하며 즐겼으니..​.. ​ "커피 한잔 가져와!"하는 손님 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저도 한잔하면 안 될까요?"가 곧 바로 이어졌고,그 상황에서 "NO!"는 존재하지 않았다.​

 

 

70년대 후반 들어 Yakult(야쿠 르트)로 바뀌기도 했지만, 요즘 이야 맹숭커피한 잔에도 돼지국 밥 한그릇 값을 지불하지만, ​ 그 당시 커피 한 잔은 실없는 농담에 가벼운 신체접 촉 권한(?)까지 주워졌으니 참으로 옹골진 값어치였 던 셈이다.​ 분위기가 넘어왔다 싶으면 마담 이나 레지의 "우리 쌍 화차 한 잔 더하면 안되요?"라 는 비싼 차 주문이 발사되고,여 기에도 "NO!"는 거의 없었다.​ ​

 

 

그 시절 그렇게 분위기가 익어 가는것이 뭇 사내들의 멋이었 고 낭만이기도 했지만, ​ 마담이나 레지에게는 매출을 올려 주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인사고과 였으니, 그런 손님과 레지의 의기투합은 나중에 티켓 다방 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 그 당시 인기 레지는 거의 연예 인 대접을 받았던 것 같다.​어느 다방에 멋진 레지가 새로 왔다 는 소문이 들리면 ​ 그 다방은 한동안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는데, 레지가 인기 를 누렸던 현상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특이한 풍경이 기도 했다.​

 

 

60~70년대의 다방에서는 커피가 한 종류만 있었기에 손님들은 그냥 ‘커피’를 주문하면 되었다. ​ 하기야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우리와 비슷해서 모든 종류의 커피를 그냥 조(Joe)라고 불렀으며, ​ 한 잔의 커피란 뜻의 ‘한 컵의 조(a cup of Joe)'라는 숙어도 있었다.​

 

 

다방이 아닌 요즘의 커피 전문 점 카페에서 커피 메뉴판을 보면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 그 이름이 하나같이 복잡 하고 어렵다. 에스 프레프레소는 ‘진한 커피’로, 아메리카노는 ‘연한 커피’로, 카페라떼)는 ‘우유 커피’로, 카푸치노는‘거품 커피’ 등 으로 불러지면 좋을 텐데....!​ ​

 

 

다방에서 카페로, 세월 따라 이름도 변해감에 따라, 한 때 옛날 다방을 주름잡던 청춘 에게 나이만큼 서글픔이 몰려온다. 제과점의 patissier(파티시에) 수준을 알고 싶으면, 빵의 기본 인 단팥빵과 크림빵을 맛보 면 되듯이, ​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마셔 보면 그 카페 바리스타의 수준을 알수 있다고 한다.​

 

 

커피란 잘 익은 커피나무 열매 를 건식법이나 습식법으로 가공하여 ​ 파치먼트 상태의 씨앗을 만든뒤 탈곡하여 만들어진,생두를 볶은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 물로 추출해 만든 음료이다.​ 커피는 커피콩과 물의 온도 추출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커피의 기본은 에스프레소이다. ​

 

 

‘커피콩’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이며 세계적으로 커피가 생산되고 있는 지역은, 남위 25도부터 북위 25도 사이로 이 지역을 커피 존 또는 커피벨트라 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고지대일수록 고급 품종의 커피가 생산된다. 이에 해발 600m이하 지역 에서는 인스턴트 커피나 공업용 원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 800m 이상의 지역에서는 원두 커피용으로 사용되는 양질의 아라비카 품종 이 생산된다.​

 

 

키가 3~4m인 커피나무 한 그루는 1년간 6,000 송이 이상 의 새하얀 꽃을 피워낸다. 흰 꽃잎이 5장인 커피 꽃은 개화기에는 커피 밭에 함박눈 이 내린듯 장관을 이룬다. 커피 꽃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라는 꽃 말을 갖고 있다. ​ 한 잔의 커피에는 반드시 꽃향 기가 있으므로 꽃향기가 풍성 한 커피가 좋은 커피라 고 한다.

 

 

그러나 요즘의 다양해진 커피 맛과 향이 옛날 다방의 낭만적 인 커피맛보다 더 낫다고 누가 말할수 있겠는가? 모닝커피라 며 족보에도 없는 계란 노른자 까지 곁들였으니, ​ 커피를 한잔하고 마담과 레지 의 환송을 받으며, 다방문 나설 때의 우쭐해지던 커피 맛 외의 또 다른 그 맛을 요즘 사람들 이 알수 있을까? 영화도 흘러간 영화가 정겹고 가슴에 와닿듯이, 커피도 옛날 다방의 커피 맛이 한결 감미 롭게 느껴진다. ​

 

 

나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돌 노래들을, 요즘 젊 은이들이 내 나이쯤 되었을때 청춘 시절을 회상하며, “그 때 는 방탄소년단 노래가 참 좋았 는데”라고 할까? 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 허긴 우리 부모님도 남인수, 고복수 노래만이 노래였고, 김추자, 송창식 노래는 소음일뿐 이었겠지만!... 양장을 걸치고 카운터에서 무게 잡던 김 마 담과 미니스커트 입고 아양 떨던 미스 박이라는 레지는 지금 쯤 뭘 하고 있을까? 그들도 그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 가지의 추억쯤은 꼭 있을성 싶은데...

 

One More Cup Of Coffee (커피 한잔만 더) / Bic Run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