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로등/유머.엽기

놀부 마누라의 기자회견

by 가마실 2021. 4. 23.

◈ 놀부 마누라의 기자회견 ◈

기자여러분 저는 놀부의 마누라 되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동서가 기자회견을 했던데,

저도 할 말은 해야겠기에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제가 놀부씨한테 시집와서 시동생한테

못되고 악질적인 형수처럼 낙인찍혔지만

저도 할말이 많은 여자입니다.

 

어찌하다보니 노후에 기댈 자식이 없어서

수중에 재산이라도 있어야겠기에

남들의 욕을 먹어가면서 굴비를 매달아놓고도

아까워서 못 먹고 구두쇠로 산 것뿐입니다.

동서네는 자식들이라도 많으니

노후에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탓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쥐꼬리만 한 재산을 밑천삼아

지독스럽게 산 죄밖에 없습니다.

 

남편인 놀부씨가

이름 그대로 놀고먹은 사람은 아닙니다.

자식이 없으니 노후를 생각해서

독하게 살아온 것뿐이지요.

 

여기 나오는 노래를 들어보세요!

이 노래가 저희들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 집이 고래등 같은 기와집 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그 동네에서 조금은 나은 편에 속하는 이런 집이었지요.

{흥부네집}

보세요! 동서네 집하고 엄청난 차이가 있는지요!

제 남편 놀부나 제가 좀 부지런해서 좀 깨끗한 것 뿐이지요.

 

실은 우리는 동서네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재산만 있으면 뭐합니까!

자식 없는 박복한 팔자인데,

가진 건 없어도 건강한 몸이 있고

부부간에 뜨거운 운우지정이 있어

허구헌날 붙어서 살고 있으니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제가 시동생 뺨을 이런

밥주걱으로 후려쳤다구 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된겁니다.

제가 밥을 푸고 있는데 시동생이

제 등 뒤에서 자꾸 형수님! 저 흥분데요!

하기에 제 뒷모습을 보고 흥분된다고

하는 줄로 알고 야단을 친 것이 오해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렸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사람들이 지어낸 거죠!

그래서 우리들은 정말 억울합니다.

 

세상에 아무리 나쁜 여자라도 어느 형수가

시동생 뺨을 주걱으로 때립니까?

그리고 날아다니는 제비의 다리를 무슨 재주로 부러뜨립니까?

그리고 동서가 말했듯이 박 속에서 뭐가 나옵니까?

세상 사람들이 지어낸 말짱한 거짓말이지요.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기자 여러분이 직접 박을 잘라보세요!

대체 그 안에 뭐가 있어요.

보세요! 뭐가 있습니까?

하얀 박속밖에 더 있나요?

제가 할 말은 아직도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가로등 > 유머.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생에 스프링 gif  (0) 2021.04.23
욕실에 나타난 코브라  (0) 2021.04.23
흥부가 뺨 4대 맞을 짓을 한 사연  (0) 2021.04.23
닭과 소의 불평  (0) 2021.04.23
인류의 거짓말  (0)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