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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高點) 호소인’

by 가마실 2021. 7. 12.

‘고점(高點) 호소인’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2017년 8월 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담은 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종합대책(8·2대책)을 발표하면서 큰소리를 쳤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리겠다. 사는 집이 아닌 건 파시라.” 그 말 듣고 집을 판 사람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다주택자, 법인이 매물로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집값이 곧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 발언 이후 서울 집값은 20% 이상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값 상승을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했다.

실거래가 신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부동산 대책을 30여 차례나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57%나 치솟았다. 결국 임기 마지막 해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흑역사 속편을 쓰고 있다.

그러고도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말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서울 집값이 86%나 올랐기 때문에 재·보선 참패를 당하고서야

“4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동산 문제”이라고 실토했다.

그렇다고 ‘부동산 정치’를 포기한 건 아니다.

국민 편가르기식 징벌적 과세를 계속 밀어붙인다. 정책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국무총리가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서 훔쳐오고 싶다”고 토로할 정도다.

경제 관료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정책 수단은 ‘국민 겁주기’다.

경제부총리는 연일 “서울 집값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르짖는다.

국토부 장관도 “2~3년 뒤 집값이 내려갈 수도 있다”

“주택 살 때 영끌을 하면 나중에 굉장히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협박한다.

1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당시, 여성·인권운동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해 국민 분노를 산 바 있다.

이후 ‘평화 호소인’ (북한에 유화적인 대통령), ‘피로 호소인’

(선거 운동 중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잔 민주당 의원) 등 ‘ 호소인’ 계열의 풍자가 잇따랐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 버블을 강변하는 부동산 정책 수장들을 ‘고점(高點) 호소인’ 이라고 부른다.

계속 고점을 갈아 치우는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호소를 비웃는 것이다. 민초들의 촌철살인이 놀랍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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