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옆 칠궁을 아시나요?
▲영조(英祖)대왕이 육상궁에 걸었던 현판
'전자은어사묘(全慈恩於斯廟)'는 어머니의 은혜를 이 사당에서 온전히 한다는 의미이지요
◈ 왕의 어머니를 모신 사당 칠궁(七宮) ◈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宗廟)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후,
추존된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지요
그런데 서울에는 또 하나의 왕실 사당이 있어요
청와대 앞 분수대를 돌아 세검정(洗劍亭) 방향으로 가다보면
커다란 궁문 하나가 나오지요
서울특별시 종로구 궁정동 1번지,
산비탈에 자리한 이곳이 이른바 칠궁(七宮)이지요
아들이 왕이 되었으나 왕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종묘(宗廟)에 배향되지 못한
일곱 어머니의 사당인데 칠궁(七宮)이란 일곱명을 모셨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왕의 어머니였건만 후궁(後宮)이란 굴레를 벗어날수 없었기에
죽은후 위패를 종묘에 안치할수 없었던 일곱명의 한많은 주인공이 바로 그들이지요
한많은 일곱 여인의 혼백을 달래기 위해 세워준 사당이라 그런지
칠궁이 있는 이곳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아주 특별한 곳이기도 하지요
이름하여 "궁정동 안가"
유신의 종말을 고한 총성이 울렸던 궁정동 안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경
박정희 대통령 피격 사건(朴正煕大統領被擊事件), 궁정동 사건(宮井洞事件)이 일어난 곳이지요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박선호, 박흥주 및 안가 경비원들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고 차지철 경호실장, 정인형 대통령 경호처장, 안재송 대통령 경호부처장
김용섭 대통령 경호관, 김용태 대통령 운전기사 등을 살해한 사건이지요
칠궁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10.26사건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이곳을 처음부터 칠궁이라 부른것은 아니어서 본래 이름은 육상궁(毓祥宮)이었어요
조선 후기 르네상스시대를 열었던 영조(英祖)는
궁녀축에도 끼지 못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났지요
왕자를 생산한 무수리 최씨는 점차 품계가 높아져 종1품 숙빈(淑嬪)에 까지 봉해졌지만
국가적인 봉사(奉祀)의 은전(恩典)을 받을수는 없었어요
경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복동생이었던 연잉군(延礽君)이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영조(英祖)였지요
효성이 남달랐던 영조(英祖)는 즉위하자마자 어머니를 위해 궁궐 후원에다 사당을 지어놓고
매일 애도의 뜻을 표하였어요
그리고 20년후 사당을 승격시켜 육상궁이란 묘호(廟號)를 지어 올렸지요
칠궁 안 중앙부에 위치한 냉천정(冷泉亭)은 영조가 어머니 제사를 위해 몸을 가다듬던 곳이지요
건물 뒤편에서 퐁퐁 솟아나는 냉천 찬물로 영조 이래 많은 왕들이 갈증을 적셨고
외로운 영혼들도 찬물 한 바가지로 설움을 이겨 내던 한 서린 곳이었어요
그 후 1870년 연호궁이 육상궁 안으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
1908년에는 저경궁, 대빈궁, 선희궁, 경우궁이 자리를 잡았고
마지막으로 영친왕의 어머니이자 고종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씨의 사당이
1929년 옮겨와 칠궁이 되었어요
그 가운데 선희궁과 경우궁, 육상궁과 연호궁에는 각각 두 분의 신주를 모셔
사당 건물은 모두 다섯이지요
칠궁에 합설(合設)된 궁은 다음과 같아요
① 육상궁(毓祥宮) : 숙종 후궁이자 영조 생모인 숙빈 최씨
② 저경궁(儲慶宮) : 선조 후궁이며 추존왕 원종(元宗, 인조의 아버지)의 생모인 인빈 김씨
③ 대빈궁(大嬪宮) : 숙종 후궁이며 경종(영조의 이복형)의 생모인 희빈 장씨
④ 연우궁(延祐宮) : 영조 후궁이며 추존왕 진종(영조의 첫째 아들)의 생모인 정빈 이씨. 현재 육상궁에 합사(合祀)
⑤ 선희궁(宣禧宮) : 영조 후궁이며 추존왕 장조(莊祖, 사도 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 현재 경우궁에 합사
⑥ 경우궁(景祐宮) : 정조 후궁이며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
⑦ 덕안궁(德安宮) : 고종 후궁이며 영친왕의 생모인 순비 엄씨
이렇듯 한때는 왕의 여자였고 자신이 낳은 아들이 지존의 자리에 올랐건만
후궁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죽어 스산한 바람만 날렸을 칠궁을 지켰던 것이지요
이 궁문은 1960년대 말부터 굳게 잠겨 버렸어요
1·21 청와대 무장공비 습격사건 이후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였기 때문이지요
그 후 30년도 더 지난 2001년 말부터 일반인에게 다시 공개되기 시작하였건만
외로운 영혼들의 목을 적셔 주던 냉천은 지금 말라 버렸어요
종묘와 달리 칠궁은 좀처럼 찾아가기 힘든 곳이었지요
1968년 1.21사태 이후 아예 관람 자체가 금지됐다가 2001년부터는 청와대 관람코스로만 운영되었어요
칠궁만 따로 관람할수 있게 된것은 2018년 부터이지요
칠궁을 생각하면 늘 숙연해지지요
어떤 이들은 후궁의 신분이어서 종묘에 배향되지 못한 한이 서린 곳이라고도 하지요
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타까움을 느껴지게 하는 곳이지요
그래서 인지 그 공간에 들어서는 건 무척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하지요
설렘과 경외와 쓸쓸함 등이 뒤섞여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았던 칠궁이 다시 개방을 한다고 하네요
무궁화동산 한쪽에 있는 안내부스에서 관람을 신청하고 잠시 기다리면 되지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탄에 세상을 떠난 궁정동 안가가 있던 곳이 바로 이곳이지요
김영삼 대통령 시절 그 현장을 치우고 무궁화동산으로 조성했어요
이래저래 역사의 엄중함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육상궁 : 숙종 후궁이자 영조 생모인 숙빈 최씨
▲저경궁(儲慶宮) : 선조 후궁이며 추존왕 원종(元宗, 인조의 아버지)의 생모인 인빈 김씨
▲대빈궁(大嬪宮) : 숙종 후궁이며 경종(영조의 이복형)의 생모인 희빈 장씨
▲연우궁(延祐宮) : 영조 후궁이며 추존왕 진종(영조의 첫째 아들)의 생모인 정빈 이씨. 현재 육상궁에 합사(合祀)
▲선희궁(宣禧宮) : 영조 후궁이며 추존왕 장조(莊祖, 사도 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 현재 경우궁에 합사
▲경우궁(景祐宮) : 정조 후궁이며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
▲덕안궁(德安宮) : 고종 후궁이며 영친왕의 생모인 순비 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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