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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절름발이가된 업이

by 가마실 2022. 6. 24.

절름발이가된 업이

안동에 사는 2대 독자 이초시는 딸이 여섯이다.

이초시는 술만 마시면 “절름발이라도 좋으니 아들 하나 얻었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며 탄식하기 일쑤였다.


부인은 허구한 날 정화수 떠 놓고 삼신할미에게 빌고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올렸다.

지극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부인의 배가 불러 오더니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이초시가 하도 ‘절름발이’ 소리를 읊은 게 겁이 나서 갓난아이 다리를 보니

사이에 고추를 달고 두 다리가 힘차게 버둥댔다.

 

3대 독자를 업이라 이름 짓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업이는 장마철 호박순처럼 쑥쑥 자라 서당에 가더니 글이 일취월장,

훈장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업이 열다섯이 되자 빨리 자손을 보려고 장가를 보냈다.

권진사네 둘째 딸과 혼인을 맺었다. 혼례식 날은 안동이 떠들썩했다.

 

신랑도 허여멀건 얼굴에 이목구비가 뚜렷했지만,

족두리 쓴 신부는 절세의 미인이라 모든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첫날밤, 후원 별당에 신방을
차리고 합환주를 마신 후 촛불을 끄자 신랑은 18살 신부의 옷고름을 풀었다.
신부의 속살은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신랑은 황홀경에 빠져 잠 한숨 자지 않고
세 번이나 합궁을 했다. 신랑 신부는 원앙 한 쌍처럼 낮이나 밤이나

떨어질 줄 몰랐다.

 

새신랑 업이는 서당 가는 것도 잊어버렸다.

둘은 궁합이 맞아 신부도 이젠 죽은 듯이 몸을 맡기는 게 아니라

제법 엉덩이까지 돌리며 한낮의 합환도 예사였다.

 

이초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이 못 이룬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랐는데

여색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것이다.

 

어느 날 이초시는 아들 업이를 불러 앉혀 놓고,

“너는 올가을에 과거를 봐야 한다.

사흘 후에 한양으로 올라가거라. 팔판동 외조부댁에 가서 공부에

전념하도록 해라.”

 

새신랑 업이는 별당으로 가 새 신부를 끌어안고 눈이 붓도록 울었다.

사흘 후 업이는 단봇짐을 싸 등에 지고서 하직

인사를 하고는 한양 길에 올랐다.

 

새 신부는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 눈물을 훔쳤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지 않아 몸종 삼월이가 경천동지할 얘기를

안방마님에게 귀띔했다.

 

안방마님 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랑방으로 가

이초시에게 벌벌 떨면서 말했다.“

 

삼월이 말이 매일 밤 삼경에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한 작자가

담을 넘어와 별당으로 들어간답니다.”

 

그날 밤, 장맛비가 주르르 쏟아지는 삼경에 “으악” 하는

비명과 이초시의 몽둥이 찜 질 소리가 빗소리에 잠겼다.

 

검은 복면을 한 새신부의 샛서방은 담을 넘어오다 잠복한

이초시에게 초주검이 되도록 맞아 피투성이로 기절했다.

 

처마 밑으로 질질 끌고 와 복면을 벗기니 이초시의 아들 업이였다.

한양으로 올라가던 업이는 문경새재에서 발길을 돌려

안동으로 돌아와 학가산 아래 암자에 머물며 밤마다

복면을 하고 자기 집 담을 넘어 새색시에게 왔던 것이다.

 

업이는 이초시의 몽둥이에 오른쪽 무릎이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어 평생을 살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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