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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충성스러운 여종의목숨을 구하다 (忠婢求命)

by 가마실 2022. 7. 21.

 

충성스러운 여종의

목숨을 구하다 (忠婢求命)

 

조선 중기, 임진왜란이 끝나고

백성들의 생활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다시 북방의 오랑캐가 쳐들어오니

곧 병자호란이다.

 

 

 

오랑캐들이 이 땅을 마구 짓밟아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를 일삼고

백성들을 끌고 가니,

사람들은 모두 집을 버리고

먹을 것을 싸 짊어진 채

깊은 산속으로 피난을 떠났다.

 .

이 때 한 집안에서도

나이 많은 노인을 모시고

아들 손자들이

여러 노비를 거느리고

화목하게 살았는데,

 .

병자호란이 일어나니

젊은 사람들은 종들을 거느리고

양식을 이고 진 채 피난을 가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집을 지켜달라 부탁하고는

모두 떠나 버렸다.

 

 

집에 혼자 남은 노인은

몸이 불편하여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자연히 힘이 빠져

그대로 굶어 죽을 직전에 있었다.

이 때 대문을 밀치고

뛰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내다보니,

집에서 부리던 한 여종이었다.

곧 노인이 물었다.

 .

"너는 왜 피난을 가지 않고

도로 집에 왔느냐?"

"노주인마님,

소녀는 노주인마님의

은혜를 많이 입었는데

차마 혼자 집에 계시라고

할 수가 없어

돌아왔사옵니다.

 

 

굶어 죽어도 노주인

마님과 함께 죽겠습니다."

"뭐라고?

집에 양식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정말 기특하구나.

 .

이런 난리 통에

그런 마음을 낼 수 있다니

앞으로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니라."

.

이렇게 말한 노인은

그 여종에게 벼루에 먹을

갈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종이에 무엇인가

보통 사람이 알아볼 수 없는

이상한 부적을 써서 주면서,

"너는 이 종이를 대문 위에다

붙여 놓고 들어와서,

문틈으로 밖을 한번 내다보아라.

 .

아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것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에 여종이 그 종이를

가지고 대문 밖에 나가

붙여 놓고 들어와서는,

대문을 단단히 닫아걸고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많은 오랑캐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달려가고 있었고,

난을 피해 보따리를 이고

산속으로 가던 사람들이

넘어지고 자빠지며

오랑캐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여종은 너무 신기해

한참 동안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그만 노인이

주의시킨 말을 잊어버리고,

.

그 광경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대문 빗장을 풀고

밖으로 한발자국 내닫으니,

 

 

 

갑자기 넘실거리는 물결이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이는

망망대해 바다가 펼쳐지면서

발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여종이 소리를

질러 살려 달라고 외치니,

방안에 있던 노인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는,

그 지팡이를 내려주어

잡고 올라오라고 했다.

이렇게 겨우 구출된 여종은

혼비백산하여 울면서

노인에게 묻는 것이었다.

 

 

 

"노주인마님!

그토록 신비한 비술(秘術)

지니고 계시면서,

어찌하여 안방 주인마님

내외분도 집에 남게 하여

보호해 주지 않으셨는지요?"

", 네가 아주

좋은 질문을 하는구나.

내 그동안 집에서 겪어보니

우리 집 젊은 것들은

너무 욕심이 많더구나.

재물만 생각하고

사람 사는 법을 모르더란 말이야.

피난을 갈 때도

내가 가만히 두고 살피니,

 

 

이 늙은 아비에게

함께 가자는 말도 없었단 말이지.

내 평소 보아하니

저들은 고생을 해야

 할 사람이었단 말이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

그런데 너는 마음이 착해

나를 돕겠다고

사지(死地)로 다시 돌아왔으니,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술법을 쓰고 있는 거란다.

 .

내 일찍이 산속에 들어가서

도사를 만나 이 비술을 터득했거든."

노인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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