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색(姿色)이 고왔으나 과부
한 촌녀(村女)가 있었는데 자못 자색(姿色)이 고왔으나
일찍 과부가 되었다
때때로 남편의 무덤에 가서 통곡을 하곤 했는데
비애(悲哀)의 정을 가누질 못하였다
과부의 고운 자색에 어울릴 만큼 이목구비가 수려한
한 청년이 그 무덤 앞을 지나다가
곡절(曲折)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자기도 그 앞에 앉아
목놓아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여인이 괴이히 여겨 물으니 청년이 답하기를
내 처가 얼마 전에 죽어 항상 비회(悲懷)를 품고 있소
이제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아주머니의
슬픈 얼굴을 보고, 또한 애통한 곡을 듣고보니
나도 모르게 곡을 하게 된 것이오
여인은 남편을 잃게 된 사연을 말하고는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청년은 더욱 크게 곡하며 말하기를
내 아내가 살아생전에 늘 자신의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고
나의 건망증이 심한 것을
책망하였으니 아내 같은 사람을 어디서 다시 얻을 거나!!
라고 하며 또 곡을 하였다
여인이 묻기를
손가락이 짧은 것은 무얼 말씀하심이요?
청년이 말하기를
부끄러워 차마 말 못 하겠소
여인이 힘써 묻자 청년은 대답하였다
내 물건이 매우 큰데 아내는 그것을 움켜쥐기를 좋아하였소
그러나 손가락이 짧아 다 잡히지 않아 늘 그것을 한하였소
여인이 또 물었다
그럼 건망증은 무얼 말함이요?
청년이 말하기를
나는 양기(陽氣)가 너무 강해서 매일 밤
방사(房事)를 벌였는 데 하고 또 하였소
처가 말하기를 이제 막 하셔 놓고 또 하시는 건 무엇입니까?
하고 책망하여 물으면
나는 방금 했다는 것을 깜박했소 라 답하였지요
라고 말하고는 또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는 야릇한 정이 문득 발하여
기지개를 하고
일어나면서 말하기를
피차가 같은 심정으로 청춘에 짝을 잃어
그대는 처를 통곡하고 나는 남편을 통곡하고 있으나
통곡해 보았자 아득한 황천에 곡소리는 들릴 리 없으니
슬피 부르짖어봐야 무익할 뿐이요
그대와 함께 손잡고 돌아가는 것이 가할 듯 하오
청년은 이에 말하기를
가벼운 보석류를 챙겨 함께 떠나니
그 후로는 두 남녀의 간 바를 모르더라
청년은 정말로 아내를 통곡한 것이 아니라
자색 고운 과부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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