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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여인은 한숨을 토하더니

by 가마실 2022. 10. 8.

 

◈야담=여인은 한숨을 토하더니

 

이송은 嚴父(엄부) 밑에서 자란 점잖은 선비다. 과거 볼 날이 두어달 남았지만 일찍이 한양으로 올라가 작은아버지 집에 머물며 마무리 공부를 하려고 단봇짐을 싸들고 집을 나섰다. 엄격한 집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다가 확 트인 바깥세상으로 나오자 훨훨 날아갈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문경새재 아래 주막에서 두다리 쭉 뻗고 탁배기 두병을 마시고 나자 온 세상이 자기 것처럼 보였다. 산자락에 해가 남아 있어 새재를 넘기로 했다. 빨리 한양에 가고픈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지만 새재는 높았다. 금방 해가 떨어졌다. 새재 아래 골짜기에 불빛이 하나 보여 숲을 헤쳐 조그만 초가집에 다다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왔다. “혼자 사는 집이라 재워 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이송은 와들와들 떨며 “살려 주시오, 부인. 여기서 쫓겨나면 오늘 밤 생명을 부지할 수 없습니다.”

여인은 한숨을 토하더니 안방을 이송에게 내어 주고 자신은 장지문을 사이에 두고 윗방으로 갔다. 얼었던 몸이 녹고 나자 이송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여인의 숨소리까지 뚫어진 장지문 사이로 들려오자 혈기 방장한 열아홉 이송은 문을 박차고 윗방으로 들어갔다.

“또 한번 살려 주시오. 이대로는 밤을 지새울 수가 없습니다.”

바로 그때, ‘철썩’ 이송의 뺨에 불이 났다. 여인은 은장도를 뽑아 자신의 목에 댔다. “내 몸에 손을 대면 나는 목숨을 끊을 것이오.”

안방으로 돌아온 이송이 냉수를 들이키고 나자 술이 확 깼다. 회한에 몸부림치며 벽에 이마를 찧던 이송은 단봇짐 끈을 풀어 마당에 나가 감나무에 목을 맸다. 그런데 ‘쿵’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이 무슨 짓이오! 사내대장부가 그깟 일로 부모에게서 받은 목숨을 끊다니!”

그녀가 낫으로 줄을 끊었던 것이다. 동이 트기도 전에 이송은 그 집을 도망쳐 새재를 넘었다. 하루 종일 땅만 본 채 길을 걸으며 이송은 자괴감에 몸을 떨었다.

길을 가다가 또 날이 저물어 충주 나루터 외딴 주막에 보따리를 풀었다. 초겨울이라 객방은 텅 비어 이송 혼자서 유숙을 하게 되었다. 저녁상을 받자 우람한 덩치의 주막집 남자가 주모에게 “나는 강 건너 오가네 상가에 가네. 거기서 밤을 새우고 내일 아침 출상하는 거 보고 올 것이야” 하며 나가자, 주모가 삽짝까지 따라 나가며 “추운데 고뿔 들지 않게 조심하시유”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저녁상을 물리고 호롱불에 책을 펴 들었는데 “손님 계시유?” 주모가 시키지도 않은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이송이 사양하자 주모는 갖은 교태를 부리다 호롱불을 끄고는 치마를 벗고 이송을 껴안았다.

“이보시오, 이게 무슨 짓이오. 빨리 나가시오.”

바로 그때 ‘꽝’ 문을 박차고 들어온 건 상가에 간다던 그녀의 남편이었다. “네년의 꼬리를 이제야 잡았구나.” 칼날이 번쩍이고 객방은 피바다가 되었다. “손님,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피 묻은 칼을 닦으며 남자는 이송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달 후, 급제를 한 이송이 금의환향하는 길에 새재 아래 그 여인 집에 들렀다.

그녀는 소복을 벗고 평복 차림이었다. 남편의 삼년상이 끝난 것이다. “당신은 두번이나 내 목숨을 살렸소.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충주 나루 주막에서 객사했을 것이오.”

이송은 그녀를 데리고 고향집으로 내려가 꽃피고 새 우는 봄에 혼례를 올렸다.   

첫날밤에 그 고운 아내를 쥐도새도 모르게 잃어버린 하왕동이는 허무하가 짝이 없었다.

아무리 허무한 일이 세상에 많다고 하지만 멀정하던 사람이 감쪽같이 없어지다니..

그고운것이.. 그동안 정이나 들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열흘 남짖에 정이 들대로 들었던 왕동이는 구곡간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남자가 울면 않되지만 왕동이는 얼굴이 뚱뚱붓도록 울기도 했다. 장모가 웃기느라고 내가 대신 가줄께 하였으나 그말도 고깝기만 하였다.  하루는 장인 장모앞에 나타난 왕동이가  오늘 떠나겠습니다.  떠나다니? 

팔도강산을 두루돌아다니면서 애련일 찾겠습니다.  어딘지 어느곳에 있는지도 모르는것을 찾아간다고? 

몇해고 몇십년이구 다니다보면 찾게되지 않을까요.그런 막연한 길을 어찌 떠나려고 그러나?  

집에 누워서 우는것보단 나을것 같아서요.  장인 장모께서 노자나 두둑하게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거야 못하겟나?  모든 재산이 자네것인데…하여 백량을 왕동에게 노자로 해주었다. 

 

조금 다녀 보다가 없으면 망서리지 말고 그냥 돌아오게.  헛고생만 하지말고… 

좋도록 하겠습니다.부디 몸조심하고… 네.  하고 왕동이는 길을 떠났다.왕동이는 북쪽을 바라보고 걸었다.

아무래도 북쪽을 바라고 떠난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다가 주막을 만나면 주막에서 자고 동네에 주막이 없으면 머슴방에서 머슴들과 어울려 자고 

서당에서도 자면서 애련의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다녔다.  이세상에 오직 한사람 뿐이었는데..  

한달이되고 왕동인 철원 근처에 와 있었다.  하룻밤 드새고 갑시다.  어서 오십시오. 

그주막의 여주인은 눈웃음을 지으며 왕동이를 맞아드렸다.  방은 아래윗간이라서 왕동인 은근히

웃방에서 편안히 잠잘것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시장하니 먹다 남은것이라도 있으면 주시지요.  워낙 산골이라 아무것도 변변한것이 없어서…

하면서 여인은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나가는데 얼굴이 희끄므레 하였다. 

나가면서도 연신 해죽해죽하며 무슨 딴생각이 있는듯 했다. 

경을 칠년 같으니라고..왕동인 속으로 생각했다.  저녁상이 들어왔다. 불빛아래 여자는

왕동일 흘끔흘끔바라보았다.  배고팠던 왕동이가 밥한그릇을 게눈 감추듯이 비우고 반찬이

맛이 있어서 잘 먹었습니다.  여인은 왕동의 인사에 입을 벌리며 좋아했다.

설겆이를 끝내고 여인이 들어왔다.  혼자 사십니까?  남편이 세상 떠난지 삼년이 지났습니다. 

 

어쩌면 남편 죽은지 삼년이 지났으니 맘대로 하란듯이 들렸다.  그러십니까? 퍽이나 적적하시겠습니다. 

젊으나 젊은것이 남편이 가버려서 사는길이 고단하기만 해요.  참으로 않되었습니다.

먼길에 피곤하여 난 먼져 자야겠오이다.  하자 여인은 웃방으로 가더니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이부자리가 누추해서… 이리로 올라오시지요. 하여 웃방으로 왕동인 올라갔다.

여인은 직신직신 아랫방으로 내려 갈 생각을 안했다.그만 내려 가시지요. 졸려서 그만 자겠어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하고 마지 못해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이런 젠장 팔자도 기막히다. 하고 앙앙대더니 웃방으로 올라왔다.

왕동이는 자는척하고 코고는 시늉을 하는데  손님 주무세요?  손님손님 하고 깨웠다.

 

나중엔 몸을 흔들며 손님 손님 하고 불렀다.  왜그러세요.  웃방이 차니 아랫방에서 주무세요. 

아니 괜찮아요.  춥다니까요.  아무일 없대두요.  이분이..  이분혹시 병신 아니세요?

무슨 병신이란 말이요?  병신이 아니시면… 그러지 말고 아랫방으로 가세요.

이분이 정말 고잔가봐.. 내가왜 고자겠오.   고자 아니면?  처음만난 남녀가 그런 법이 없습니다. 

별소릴 다 하시오. 어서 내려 가시오. 아무리 그래도 안내려 갈거요. 

그럼 내가 부엌에서 자리다. 하니까 여인은 부시럭대며 아랫방에 내려가서 

아이고 아이고 우  아이고 하면서 앓는 시늉을 했다. 저년이 별 짓을 다하는군. 

하도 시그럽게 울면서 아프다고 하니 뻔한 거짓인줄 알면서도  할수없이 왕동인 아랫방으로 내려갔다.  

어디가 그렇게 아프십니까? 기슴이 아파죽겠어요. 아이구 가슴이야.  그럼 좀 문질러 드릴까요? 

그래주셨으면 고맙겠어요. 왕동인 여인의 옷을 걷어 올리고 가슴을 문질렀다.

여인의 살갗은 보드랍고 촉촉한 살내음이 노총각의 마음을 설레게 햇다. 왕동은 애령아 

흰 살갗의 구릉처럼 불록 솟은 곳이 닿을때마다 왕동은 짜릿짜릿한 맛을 참을수가 없었다.

왕동은 머리를 젖히고 딴곳을 보면서 애련아 애련아 하면서 여인의 가슴을 문질렀다. 

어 시원하다 어 시원하다 하던 여인은 저기 저..   왜요?   저 배꼽있는 곳이 .. 

배꼽부근이 어쨌오?  칼로 쿡쿡 쑤시는듯이 아파요. 이년이 점점.. 날 더 깊은곳으로 유인하는구나 

하고 감을 잡고는 있었지만.. 왕동은 방문밖에 얼핏 사람의 그림자 같은것이 지나가는것을 느꼈다. 

 

피곤한 내눈에 착각 일까…왕동은 두손을 모아쥐고 여인의 뱃살을 아래위로 문질러 주었다.

흐느적흔느적 보들보들 여인의 살갗은 왕동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해줬다. 여인은 눈을

게슴츠레뜨고 손님 손님 하며 왕동의 손을 잡았다.  왜그러시오.손님 제발 제발 한번만.. 절 좀 ..

꼭한번만이라도 좋사오니.. 전 그런 사정을 들을수 없는 사정이 있소. 용서 하시오.  이제 여기까지

남의 배를 문질러주고도 사정이 있다고요?  남의 여자의 소중한 젓통과 배를 문질러주고 

 

여인이 뒤집어 씌우면 어쩌나하는 불안도 있었으나그만 진정하시고 그만 주무십시오.

하고 웃방으로 올라왔다. 여인은 벌떡 일어나며 왕동의 손을 잡아끄는데 그 기운이 대단하였다.

왕동은 그손을 뿌리치고 얼른 웃방으로 올라와 문고리를 걸었다.이놈이 사람을 겁탈하려다말고 ..

어디 두고보자 어디 두고보자..하고 여인은 방밖으로 나갔다.여인이 방을 뛰어나가고 한참이 지나서 

이 요망한 년아   이 음탕한 년아.. 하는 남자의 소리와  아이고 살인이야 하는 여인의 겁에 질린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한동안 잠잠 하더니 문밖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이윽고

밖에서 실례합니다. —  손님  손님 문열고 실례하겠습니다. 왕동이 일어나며 무슨 일입니까? 

 

손님 대단히 황송합니다만…    대관절 누구십니까?   예 이집 주인이 올시다.   ….

그 주인 이란자는 삼십안팎에  피가 뚝뚝떨어지는 큰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왕동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니손님께서는 과히 놀라지 마시고 …  실은 아까 그 계집이 저의 처 였습니다.

아 네 그렇습니까?   그년이 나와 함께 십년 가까이 이주막에서 부부생활을 하였는데  이삼년 이래로

오고가는 손님들을 손아귀에 넣어 서방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당신이 있는데도 그짓을 했단 말인가요?   아닙니다 내말을 들어보십시오.

주막 장사가 하도 않되나까 난 장돌뱅이가가 되어 이장저장 다니며 장시를 했습니다.

그틈에 그년이 바람을 피운 겁니다. —  수삼차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줬습니다만  끝내 듣지 않기에 

오늘은 먼데 장보러 간다고 말해놓고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내가 당신 칼에 죽을뻔 했군요.말씀을 마저 들으십시요. 그년이 선생같으신 분에게

그렇게도 병탈까지 하면서 지랄 발광을 하다가 끝내 거절을 당해서 이웃집 총각녀석을 찾아가더니

미친개모양으로 울타리 밑에서 개모양으로 쌍을 붙기에 동시표착으로 한칼에 요절을 냈습니다. 

선생과 같으신분은 실로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천만의 말씀을.. 그렇게 품안에 기여드는 여인을 박찰수 있습니까? 그야 좀 어렵겠습지요.  

어려운 정도가 아닙니다. 능히 성인의 경지에 득달하신 어른이 아니시면 감당못할 일이올시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여기 오래계시다가는 살인죄를 뛰집어쓸 우려가 있으니

빨리 피하시는게 좋을 것입니다. 

나도 이곳에 불을 지르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닐 것입니다.

그는 주막에 불을 지르고 왕동이와 함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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