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신윤복의 혜원전신첩(간송미술관 소장)중 무녀신무~>
혜원전신첩 : 국보 제135호.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것을 1930년 간송 전형필(全鎣弼)이 일본 오사카(大阪)의 고미술상에서 구입해와 새로 표구하였다.
이때 오세창(吳世昌)이 표제와 발문을 썼다.
화첩에는 「무녀신무(巫女神舞)」 등 30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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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감이 역적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사약을 받자 노비들은 대성통곡을 했다.
어질고 대범했던 유대감은 생전에 한번도 노비들에게 매를 대지 않았고 심한 꾸지람을 하지 않았다.
충신인 유대감을 몰아낸 붕당의 수괴, 권대감은 유대감댁 노비 여섯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문적을 바꿨다.
남정네 둘, 계집종 넷은 권대감 집 노비가 됐지만 마음은 아직도 죽은 유대감에게 가 있어 툭하면 모여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계집종 중에서 가장 어리고 얼굴이 반반한 삼월이는 슬픈 기색 하나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권대감의 안방마님에게 입속의 혀처럼 굴었다.
어느 날 권대감 내외가 출타했을 때 노비들이 모여서 삼월이를 힐책했다.
“네 이년~
네 아비가 중병이 들었을 때 유대감께서 의원을 보내 살려 주지 않았느냐.
네년이 그 은혜도 모르고 원수에게 그렇게 아첨할 수 있느냐!”
나이 지긋한 행랑아범이 꾸짖자 삼월이는 얼굴을 바짝 치켜들고
“옛 주인을 잃은 것은 하늘의 뜻이요,
어느 누구라 해서 우리 주인이 못되라는 법이 있소?
마땅히 새 주인을 잘 섬길 일이지 지금 와서 저승 간 옛 주인을 생각해 뭣하겠소.”
철썩~
행랑아범이 귀싸대기를 올리자 여종들이 달려들어 삼월이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때 권대감의 안방마님이 들어왔다.
상황을 파악한 안방마님은 삼월이에게 손찌검한 노비들에게 엉덩이가 터지도록 매질을 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삼월이는 더욱더 안방마님의 신임을 얻어 안하무인에 기고만장하게 됐다.
당대의 세도가 권대감에게 암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밤 꿈속에 유대감이 나타나 권대감을 노려보다가 사라지고 어떤 날 밤엔 권대감의 목을 지그시 밟았다.
“사 사 사~ 사람 살려.”
권대감은 바짝바짝 말라 갔다.
용하다는 의원이 온갖 처방을 해도 백약이 무효~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밤새 불을 밝히고 식구들이 옆에 붙어 있자 녹초가 된 심신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저 저기~
그놈이 다가온다.”
등청도 못하고 뼈만 앙상해진 권대감이 헛소리만 하자 부인이 무당을 불렀다.
칼춤을 추던 무당이
“찾았다. 유가놈을...”
하면서 빈사 상태로 누워 있는 권대감에게 가자 ‘헉’ 외마디 신음과 함께 권대감은 숨을 거뒀다.
권대감의 베개를 칼로 가르자 베개 속 사이에서 상투가 하나 나왔다.
“유가놈 집에서 온 노비들을 모두 포박하라.”
권대감의 아들이 소리쳤다.
삼월이를 뺀 다섯이 마당에 꿇어앉자 권대감의 아들 셋이 몽둥이를 들고
“빨리 자백하렷다.
어느 놈의 짓인지.”
그때 자지러진 삼월이의 웃음소리가 났다.
“원수의 베개 속에 주인의 상투를 넣은 것은 나다.”
삼월이의 목을 벤 권대감의 맏아들이 말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지만 충절은 가상하다.
양지바른 곳에 상투와 함께 묘를 쓰고 엄숙하게 제를 올리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