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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꿀 한 방울

by 가마실 2023. 4. 12.

사냥꾼 권씨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

그날따라 좀체 산짐승은 나타나지 않고,
모처럼 만난 노루를 향해 쏜 화살은 빗나가고, 사냥개는 토끼 한마리 제대로 쫓지 못했다.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고 있는데
'애~앵' 바위틈에서 벌들이 나왔다.
권씨가 나뭇잎을 긁어모아 불을 붙여 연기를 바위틈으로 몰아넣자
벌떼들이 새까맣게 쏟아져 나왔다.


권씨는 바위틈의 벌집을 뜯어 끄집어냈다.
꿀을 가득 품은 석청을 딴 것이다.


노루 한마리를 잡은 것보다 더 큰 소독을 올린 권씨는 석청을 들고 산을 내려오다가
윗동네 사는 임초시를 만났다.


"와따,
그거 석청 아닌가...나한테 넘기지 그래...."


"값만 좋으면야."


사냥꾼 권씨와 윗동네 임초시가


"이십냥 내라!!!"


"열닷냥만 하자."


밀고 당기며 흥정을 하는데 꿀 한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어디선가 나비 한마리가 꿀 냄새를 맡고 날아와
 떨어진 꿀 방울 위에 사뿐히 앉자
참새 한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와 나비를 물었다.


그 순간 임초시네 고양이가 번개처럼 달려와 앞발로 참새를 낚아챘다.
그러자 산에서 산토끼를 쫓다가 허탕을 쳤던 사냥개가 화풀이라도 하듯이
잽싸게 고양이를 물고 흔들었다.


임초시네 고양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 꼴을 본 임초시가 뿔이 나 장작개비를 들고 사냥개를 내리치자
사냥개는 '깨갱' 다리를 절며 권씨 다리 뒤로 숨었다.


사냥꾼 권씨의 뚜겅이 열렸다.


"이놈의 영감,
너 오늘 내 손에 죽었다."


권씨가 임초시의 멱살을 잡고


"이 개는 내 밥줄이야!!!!"


라고 소리치자, 목이 졸린 임초시는 캑캑거리며


"이제 우리 집 곳간이 쥐 천지가 될 판이야!"


라고 맞고참을 질렀다.


'퍽!' 권씨의 주먹이 임초시의 주둥이를 강타했다.
임초시는 이빨이 빠지고 입술은 퉁나발이 되었다.


둘의 싸움을 본 윗동네 장정들이 몰려나와 사냥꾼 권씨에게 몰매를 가했다.
권씨는 만신창이가 되어 혼절했다.


곧바로 권씨가 사는 아랫동네에 소문이 돌았다.


"권씨가 윗동네에서 맞아 죽었다."


아랫동네 여자들은 앞치마에 돌멩이를 담아 내오고
장정들은 손에 손에 몽둥이를 들고 윗마을로 쳐 들어갔다.


그때 자초지종을 지켜보던 노스님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전쟁은 이렇게 일어나는 법이여....."

(61) 꿀 한 방울〔조주청의 사랑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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