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타라 보살
<맹구우목(盲龜遇木)>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의 인연을 부처님께서는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 표현하셨다.
맹구우목이란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판자를 만나기만큼 힘든 인연을 비유한 말이다.
아주 만나기 힘든 희유한 인연, 기회를 얻기 힘든 경우를 비유해서 맹구우목이라 한다.
----잡아함경(雜阿含經) 제 15권 - 406경. <맹구경(盲龜經) 이야기---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부처님이 베살리의 원숭이 연못 옆 중각강당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제자들과 함께 연못 주변을 산책하시던 부처님이 문득 아난다에게 이런 것을 물었다.
“아난다야, 큰 바다에 눈먼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거북이는 백 년에 한 번씩 물 위로 머리를 내놓는데,
때 바다 한가운데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나면 잠시 거기에 목을 넣고 쉰다.
그러나 판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냥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때 눈먼 거북이가 과연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날 수 있겠느냐?”
아난다는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
눈까지 먼 거북이가 백년 만에 머리를 내밀 때,
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부처님은 다시 이렇게 말씀했다.
“그래도 눈먼 거북이는 넓은 바다를 떠다니다 보면 서로 어긋나더라도
혹시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리석고 미련한 중생이 육도윤회의 과정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란
저 거북이가 구멍 뚫린 나무판자를 만나기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저 중생들은 선을 행하지 않고 서로서로 죽이거나 해치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해쳐서 한량없는 악업을 짓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내가 가르친 네 가지 진리(四聖諦)를 부지런히 닦으라.
만약 아직 알지 못했다면 불꽃같은 치열함으로 배우기를 힘써야 한다.”
위와 같이 윤회 전생하다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맹구우목(盲龜遇木)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것을 비유하셨다.
즉, 맹구우목의 비유는 인간으로 태어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비구들이여, 어떤 사람이 구멍이 하나 있는 판자를 큰 바다에 던졌다고 하자.
그것을 동풍이 서쪽으로 옮기고, 서풍이 동쪽으로 옮긴다.
북풍이 남쪽으로 옮기고, 남풍이 북쪽으로 옮긴다.
거기에 눈먼 거북이가 있어, 백년에 한 번 씩 바다 속에서 (숨 쉬기 위해)떠오른다고 하자.
비구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눈먼 거북이는 그 구멍이 있는 판자에 목을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가능하다고 한다면 언젠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일 것입니다.
비구들이여, 눈먼 거북이 구멍이 있는 판자에 목을 넣는 것은 오히려 빠른 것이다.
그것보다 한 번 악처(惡處: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진 중생이 윤회 전생해서
다시 인간의 상태를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나는 말한다.
그 것은 그들에게 법에 맞는 행위(dhamma-cariyā 法行), 바른 행위(sama-cariyā 正行),
좋은 행위(kusala-cariyā, 善行), 공덕이 되는 행위(punna-cariyā 功德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다에게 이르셨다.
“눈 먼 거북과 나무토막은 서로 엇갈리다가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미련한 범부가 5취(五趣-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를 윤회하면서
잠깐이라도 사람의 몸을 받기는 그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어 갖가지 악을 짓기 때문이다.” 이런 뜻으로 한 말이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이 죽은 후 다시 태어날 때 인간의 몸을 받을 확률은 온 땅덩이가 바다로 변했을 때,
수명이 무량겁인 눈이 먼 거북이가 바다 밑을 헤엄치다가 숨을 쉬기 위해 100년에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오는데,
우연히 그곳을 떠다니던 구멍 뚫린 나무판자의 그 구멍에 목이 낄 확률보다 더 작다고 가르치셨다.
이러하듯 사람 되기가 어렵다[인생득란(人生得難)]는 비유이다.
‘침개상투(針芥相投)의 비유’도 있다. 지상(地上)에 바늘을 세워 놓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떨어뜨려서
꽂히게 하는 어려움만큼이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참다운 진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모처럼 사람으로 태어난 이 희유한 인연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가르침이다.
그래야 천상이 아니면 최소한 사람으로라도 다시 태어날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다.
그만큼 좋은 인연(因緣)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그렇기는 하지만,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다.
마음씨나 생활의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끼기끼리 만난다는 뜻이다.
멋있는 사람만이 멋있는 짝을 만날 수 있다.
봉황새와 뱁새가 짝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불량한 사람은 불량한 사람끼리 어울린다.
우리는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천만겁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깊고 미묘한 부처님의 진리의 법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됐다.
우리는 진리를 함께 구하는 법우(法友)요, 착한 선우(善友)요, 부처님의 일불제자(一佛弟子)인 불자(佛子)이다.
이처럼 우리는 좋은 인연을 만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열반경(涅槃經)>에서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여섯 가지 어려운 일[육난(六難)]이 있다고 설하셨다.
첫째, 지혜와 복덕(福德)을 모두 갖춘 인류의 스승이신 부처님이 살아 계신 세상에 태어나기 어렵다.
둘째, 참다운 진리를 만나서 배우기가 어렵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수많은 사상과 이데올로기 등으로 어느 것이 진짜 진리인지 분별하기조차 어렵다.
셋째, 착한 마음(선심)을 내기 어렵다.
욕심을 채우며 약육강식 하는 경쟁 사회에서 이웃을 자비심으로 사랑하고,
불쌍한 사람을 돕는 마음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물질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뛰어난 문명국(文明國)에 태어나기가 어렵다.
다섯째,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어렵다.
수많은 생명체들 가운데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 또한 한량없는 복이다.
여섯째, 인간으로 태어나도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잘생기고,
총명하게 태어나기가 어렵다. 부처님처럼 좋은 상호(相好)를 구족하기도 어렵고,
문수보살처럼 지혜롭고 총명하게 태어나기도 어렵다.
이상의 여섯 가지 어려운 일을 모두 갖추고 태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부처님 세상에는 태어나지 못했지만, 다행히 부처님의 제자(佛子)가 돼 참다운 진리의 정법을 만났다.
부지런히 가르침을 따라 애오라지 착한 마음을 내서 나를 만나는 모든 인연(因緣)들을 이익 되게 해주어야 하겠다.
복된 만남, 아름다운 만남, 창조적인 만남이 되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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