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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맹참봉과 신서방의 사연

by 가마실 2023. 5. 21.

맹참봉과 신서방의 사연

 

동지섣달 짧은 해가 오늘따라 왜 이리 긴가.

 어둠살이 사방 천지를 시커멓게 내리덮자

  마침내 신 서방이 열네 살 맏딸을 데리고

 맹 참봉 사랑방을 찾았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신 서방은 말없이 한숨만 쉬고, 맹 참봉은 뻐끔뻐끔

 연초만 태우고, 신 서방 딸 분이는

방구석에 돌아앉아 눈물만 쏟는다.


“참봉 어른,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 것이 아직 철이 없어서….”

 맹 참봉 사랑방을 나온 신 서방은

주막집에 가서 정신을 잃도록 술을 퍼마셨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신 서방은

 술이 덜 깬 걸음으로 맹 참봉을 찾아갔다.

 

“참봉 어른, 약조하신 땅문서를 받으러 왔습니다.

 ” 맹 참봉이 다락에서 땅문서를 꺼내

 신 서방에게 건넸다.

 

 노끈을 풀어 땅문서를 보던 신 서방이

“다섯 마지기밖에 안 되네요.

 

 나머지 다섯 마지기는?” 하자 맹 참봉 입에서

 오장육부를 뒤집는 말이 흘러나왔다.

 

 “자네 딸은 숫처녀가 아니여.

 

 다섯 마지기도 과한 거여.”성질 같아서는

  목침을 들어 맹가 놈 대갈통을 박살내고 싶었지만

 신 서방은 꾹 참고 말했다.

 

“아직 열네 살밖에 안된 어린앱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러자 맹 참봉이 화를 내며

 “증거가 있어, 증거가! 요 위에 피 한 방울

찍히지 않았어!” 한다. 쫓겨나다시피 맹 참봉 집을

나온 신 서방은 또 주막으로 가 통곡했다.

 

며칠 후 다시 맹 참봉을 찾아간 신 서방은 하인들에게

 주먹찜질까지 당했다. 

 

맏딸을 팔아먹고 제값도 못 받아

술독에 빠져 사는 신 서방은 그날도 곯아떨어져

  날이 밝아도 일어날 줄 모르는데,

 포졸들이 들이닥쳐 온 집을 뒤지더니

 오랏줄로 신 서방을 묶어 동헌으로

끌고 가 사또 앞에 세웠다.

 

 “네 이놈,

도망친 네 딸년의 행방을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사또의 찌렁찌렁한 불호령에 놀란 신 서방이

 이리저리 둘러보니 맹 참봉이 보였다.

 

“맹 참봉은 저놈 앞에서 다시 한번 경위를

  설명하라!” 사또의 호통에 맹 참봉이 답했다.


“소인이 산 너머 상가에 문상을 하고 삼경이 되어서야

 집에 왔더니 제 방의 다락 자물통이 뽑혀져 나가고

다락 속 금붙이가 몽땅 없어지고 저 놈의 딸년도

  사라졌습니다. 

 

제 아비와 내통을 한 게 틀림없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신 서방은 곤장 스무 대를 맞고

엉덩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옥에 갇혔다.

 

사또는 포졸들을 풀어 나루터 길목을 지키고

 고갯마루 외통길을 막아 온 고을을

뒤져도 도망간 분이를 찾지 못했다.


봄이 왔을 때 신 서방은

 면회 온 마누라로부터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맹 참봉이 분이 몸값으로 줬던 논다섯 마지기를

 도로 빼앗았다는 것이다.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도 어린 자식들이 눈에

 아른거려 죽을 수도 없었다.


 찌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고을 사람들이 맹 참봉네

담 밖으로 모여들었다. ?

“세상 살다가

 빨간 모과는 처음 보네.” “길조여, 흉조여?”
 소문은 사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빨간 모과? 모과가 빨갛다?”

 사또가 갑자기 고함쳤다.

 

“여봐라!” 사또는 육방관속을 대동하고

맹 참봉네 사랑방 앞의 아름드리 모과나무 앞에가

 모과나무 밑을 파렷다!”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치마끈으로 목을 맨 분이의 시체는 원한에 사무쳐

 눈을 뜬 채 썩지도 않았다.

 

 목에 감긴 치마끈 끝엔 뽑힌 자물통이 달려 있었다.


 맹 참봉은 곤장 서른 대를 맞고 피와 똥이 범벅이

 되어 옥에 들어가 신 서방이 앉았던 자리를 차지했다.


 사또는 맹 참봉의 논밭 백 마지기를 신 서방에게 주고,

양지바른 곳에 분이를 묻어주었다.

 

그리고 혼을 달래는 굿판을 벌이고 위령탑을 세웠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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