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처럼 되는 재판, 판사들 무책임 정치편향 도 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를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낸 강규태 부장판사가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해명 글을 올렸다. “내가 조선 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고 했다.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게 아니라 증인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증인이 많으면 재판 횟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그는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다. 애초부터 자신이 선고할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부장판사라는 중요 직책을 맡았다.
강 부장판사만이 아니다. 지금 형사재판 중엔 재판이라고 할 수 없는 사건이 적지 않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재판도 1심만 15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화영씨가 낸 법관 기피 신청을 기각하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재개된 재판은 50분 만에 끝났다. 이씨 측이 증인 반대 신문을 할지 말지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재판이 아니라 장난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끌려다니기만 한다. 이 사건 재판장도 다음 달 법관 인사 때 교체 대상이다. 이씨는 이를 노리고 재판 지연 전략을 펴는데 재판장은 서두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현 정권 들어 구속 기소된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도 국민참여재판 신청, 법관 기피 신청 등을 통해 재판을 지연한 뒤 전원 석방됐다. 이 재판들도 1심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판사들의 정치적 편향도 심각하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작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법조계 상식을 넘어서는 극단적 판결이었다. 알고 보니 박 판사는 정치적 편견을 여러 차례 인터넷에 올렸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엄중 주의’ 처분만 내리고 박 판사에게 판결을 계속하게 했다. 판결을 정치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이 지금도 재판을 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속·공정한 재판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판사들 사이에 만연한 무책임, 정치 편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과제는 이룰 수 없다. 유능하고 성실한 판사들은 발탁하고 그렇지 않은 판사에겐 불이익을 줘야 한다. 법원조직법에 그렇게 하라고 돼 있는데 지난 김명수 사법부 때 판사들 눈치 보느라 이를 지키지 않았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법관 재임용 심사도 강화해 문제 법관은 탈락시켜야 한다. 무능 불성실 무책임 정치 편향 판사들의 문제가 도를 넘고 있다.
글 /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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