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맹(文盲)이 망치는 경제정책
우리 인간은 네 가지 건강 속에서 삶을 꾸려나간다. 다행인 것은 그 중요한 네 가지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 각기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신체적 건강을 다루는 학문이 의학이고, 사회구성원의 정치적 건강을 주된 관심으로 하는 학문이 법학이고, 신학은 인간의 정신적 건강을 다루며, 경제학은 인간의 물질적 건강을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신체적 건강 · 정치적 건강 · 정신적 건강 · 물질적 건강 등 네 가지 건강은 상호의존적이며 우리의 삶은 네 가지 건강 모두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이들 네 건강을 두고 어느 학문이 각기 고유의 병을 가장 잘 진단하고 훌륭한 처방을 제시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학 법학 신학 경제학 중 경제학과 의학에만 노벨상이 주어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각종 경제 위기와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오늘날 경제학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실추되었다. 되풀이 되는 경제위기를 두고 경제학과 자본주의가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현실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경제학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정책 담당자나 정치 지도자 대부분이 경제에 대해 문맹인(文盲人)이라 경제를 망치는 경제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리 국민은 경제에 관한 한 문맹인이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제정책을 다루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상당수도 경제 문맹인이라는 점이다. 경제 문맹이 지배적인 상태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美名) 아래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제약 없이 개진하고, 그리고 투표로써 경제정책을 결정할 때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비극적 종말로 귀착된다.
현재 유행 중인 문맹의 소산인 주장과 정책들에는, 세상에 ‘공짜’가 있다는 것, 청년들에게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규제를 풀어주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것, 관료가 특정 제품의 가격을 통제하면서 양이 줄고 질이 저하했다고 관료가 기업을 야단치는 것, 일을 열심히 해서 높은 소득을 벌기보다는 띠 두르고 시위해서 높은 소득을 얻고자 하는 것 등이 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민은 고통을 받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병이 나면 의사한테 가고 TV가 고장 나면 수리공을 부르는 등 소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데 반해,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왜 일상의 논리 특히 ‘여론’이나 ‘국민정서’로 규명⋅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제 문맹인들, 경제 문외한들이 설치는가? 의사에 명의(名醫)가 있고 돌팔이가 있듯이, 경제학자에도 명(名) 경제학자와 돌팔이 경제학자가 있다. 문재인 정권의 간판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정책은 돌팔이 전문가들이 입안한 것이다. 그로인해 온 국민이 엄청 고통을 받았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중 반(反)시장적인 정책이 판을 치고 경제 원리에 반(反)하는 정책이 다반사인 이유는 일반 국민은 물론 경제 전문가들조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무지(無知)하거나 문맹(文盲)인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 자신이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구체적 정책에 오면, 좌우 모두 반시장적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왜 이러한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에 대해 문맹이기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뒷받침하는 두 기둥은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이다. 사실 서구 근대 시민사회에서 사유재산권과 자유는 국회에서 법률로도 제한을 하지 못하는 천부(天賦)의 권리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면서도, 사유재산권을 부인하는 정책이 부지기수이고,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책이 다반사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특정 경제정책이 친시장적인지 반시장적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정책이 ①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가? ②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가? 라는 두 질문을 던지고,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모두 “예”이면 친시장적인 정책이고 하나 또는 둘 다 “아니오”이면 반시장적 정책이다. 이제 특정 정책이 친시장적인지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을 알았으니, 반시장적 정책을 펴는 경제 문맹인인 관료나 정치가에게 경제를 망치는 반시장적 정책을 펼치지 말도록 개인 또는 집단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길 권고 드린다.
글 / 대한경제신문 칼럼 / 최광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前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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