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복수’는 없었다
與, 4년 내내 집요하게 前 정권 보복해 민심 이반 이젠 야당이 ‘복수' 외쳐 여야 모두 용서·화해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가슴에 품고 다짐한 ‘아름다운 복수’는 실패했다.
그것은 집요하고 파괴적이었으며, 결과적으로 너절했다.
이 정부 4년을 돌이켜보면 마치 복수하려고 정권 잡은 사람들 같았다.
‘선출된 권력’을 내세워 ‘복수 면허증’이라도 딴 것처럼 행동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징역 17년, 2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후배들에게 재판을 받고 있다. ‘복수 리스트’ 상단에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있다.
문 대통령은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개인적 확신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였다.
검찰 조직은 형해화됐다. 수사권을 공수처에, 경찰에 뺏기고 간신히 숨만 쉬었다.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두 명의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4번 발동하고 검찰총장을 정직·징계 처분했다.
현 정부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문 대통령이 ‘교체’를 외쳤던 ‘주류 기득권’을 겨냥했다.
강남을 표적 삼았지만 24번의 대책에도 집값은 50% 이상 올랐다.
‘임대차 3법’으로 전셋값도 뛰었다. 강남 부자 잡으려다 온 국민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복수를 위해 자신들이 강조하던 가치도 훼손했다.
‘검찰 힘 빼기’에 나선 조국을 위해 입시의 공정성을,
‘강남 잡기’에 앞장선 김상조를 위해 그의 ‘꼼수 전셋값 인상’을 모른 체했다.
복수는 분노에서 시작됐다.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도 잘해보고 싶지 않았겠느냐.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고 맞받았다.
정의를 세우려면, 불의·분노·복수·정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다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즉각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누구나 분노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다 분노하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은 자주 분노했고, 그때마다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늘었다.
‘복수 정치’ 4년의 결과는 민심 이반이다.
‘문재인의 분노’는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LH 사태 등을 거치며 ‘국민의 분노’로 치환됐다.
민주당은 6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MB 사람들’에게 고전 중이다.
20대가 야당 유세차에 올라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외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손이
후회스럽다” “박영선 후보의 말처럼 역사적 경험치가 낮아서 투표를 잘못했다”고 한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이젠 야당이 “정권 심판을 위해 복수(復讐) 투표를 하자”고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도 사면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복수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앙갚음하는 것이다. 애당초 아름다울 수가 없다.
형용 모순이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과 비슷하다.
정치의 목적이 복수일 수는 없다. 의견이 달라도 같이 살길을 찾는 게 정치다.
민주당이 혹시 막판 역전에 성공한다면 이번엔 복수하지 않길 바란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복하지 말아야 한다. 야
당도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고 서울시청 ‘박원순 사람들’에게 앙갚음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하려면 복수에 앞서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라가 있어야 대통령도 있고, 시장도 있다. 집도, 땅도, 표를 줄 국민도 있다.
그래야 정치도 계속할 수 있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황대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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