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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by 가마실 2023. 7. 7.

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고려 말의 승려 선탄은 문장에 능숙하고 익살스러웠다. 
그런 까닭에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했다. 
어느 날 관서 지방의 시 잘 짓는 기생과 마주 앉았다.

 

그러다가 선탄이 음란한 시 한 수를 지어 들려주자 기생이 웃으며 말했다.
“스님은 여자를 다룰 수 있으시나봐요?”

 

선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일세. 
다만 하지 않을 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옛날 부처님의 큰제자인 아난도 마등이라는 여자와 통정을 한 적 있지.”

 

기생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하여 선탄을 희롱한다.
“그럼 스님께서도 음사의 재미를 아신다는 말입니까?”

 

“선가에는 극락세계가 있다네. 
내가 그대의 치마를 벗긴 뒤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두 다리를 끼고 
음호를 관통하면 극락의 재미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니,
이게 소위 말하는 극락세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차츰 마음이 동하여 군침을 삼킨다.
“스님은 까까머리인 주제에 아시는 것도 많습니다.”

 

선탄이 곧바로 응수한다.
“그대는 어찌 내 윗대머리만 알고 아랫대머리는 모르는가?”

 

그리고 창기를 덥석 끌어안았다.
“내 아랫대머리 맛이 어떤지 한 번 느껴보게나.”
그런 다음 옥문 앞에 당당하게 도달하여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생이 혼자 중얼거린다.
“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이토록 사람을 죽이게 만드니 어찌 스님으로서 할 일이란 말입니까.”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정을 다한 선탄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불법이란 참으로 신통한 바가 있어 인도환생(人道還生)케 하는지라. 
사람을 죽게 할 수도, 다시 살아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