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고려 말의 승려 선탄은 문장에 능숙하고 익살스러웠다.
그런 까닭에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율을 지키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했다.
어느 날 관서 지방의 시 잘 짓는 기생과 마주 앉았다.
그러다가 선탄이 음란한 시 한 수를 지어 들려주자 기생이 웃으며 말했다.
“스님은 여자를 다룰 수 있으시나봐요?”
선탄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일세.
다만 하지 않을 뿐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옛날 부처님의 큰제자인 아난도 마등이라는 여자와 통정을 한 적 있지.”
기생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하여 선탄을 희롱한다.
“그럼 스님께서도 음사의 재미를 아신다는 말입니까?”
“선가에는 극락세계가 있다네.
내가 그대의 치마를 벗긴 뒤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두 다리를 끼고
음호를 관통하면 극락의 재미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니,
이게 소위 말하는 극락세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차츰 마음이 동하여 군침을 삼킨다.
“스님은 까까머리인 주제에 아시는 것도 많습니다.”
선탄이 곧바로 응수한다.
“그대는 어찌 내 윗대머리만 알고 아랫대머리는 모르는가?”
그리고 창기를 덥석 끌어안았다.
“내 아랫대머리 맛이 어떤지 한 번 느껴보게나.”
그런 다음 옥문 앞에 당당하게 도달하여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생이 혼자 중얼거린다.
“스님이 나를 속였구려.
이토록 사람을 죽이게 만드니 어찌 스님으로서 할 일이란 말입니까.”
그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정을 다한 선탄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불법이란 참으로 신통한 바가 있어 인도환생(人道還生)케 하는지라.
사람을 죽게 할 수도, 다시 살아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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