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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by 가마실 2023. 7. 6.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한 고을에

어리석은 관장이 있었는데,

부인이 너무 억센 사람이라

늘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살았다.

하루는 형리(刑吏)가 들어와서

한 여인에 대한

죄상을 아뢰는 것이었다.

"아뢰옵니다.

 

 

어느 마을에 사는 여인이

남편을 때려서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고소를 해왔사옵니다."

 .

"뭐라고?

여인이 남편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니

희한한 일이로고!

속히 그 여인을

형틀에 올려 묶고

엄하게 매를 쳐서

문초(問招)토록 하라!"

이렇게 하여

여인을 형틀에 잡아매고

신문(訊問)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인이 울면서

다음과 같이 호소하는 것이었다.

"사또나리억울하옵니다.

쇤네 남편은

본처인 쇤네를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채,

오로지 기생첩에게만

빠져 살면서

쇤네를 박대했사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왔기에

쇤네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꾸짖는 과정에서

자연히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설왕설래(說往說來)하고

다투는 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 남편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게 된 것이지,

결코 상처를 내려고 해서

그리된 일이 아니옵나이다."

여인의 호소를 들은 관장은

엄숙한 어조로 꾸짖었다.

"여인은 들어라!

자고 이래로 음(陰)이

양(陽)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거늘,

 

 

 

너는 어찌 이 같은 법칙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단 말이냐?

여봐라!

저 여인에게 강상(綱常)

어긴 죄를 물어

곤장을 치도록 하라!"

관장의 판결에 따라

곤장 칠 준비를 하는데,

앞에 엎드려 있던

여인의 남편이 생각해 보니,

아무리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내긴 했지만

아내가 맞는 것을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울면서

관장에게 아뢰었다.

"사또나리소인 아뢰옵니다.

소인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은

소인의 처가 때려서

그런 것이 아니옵고,

소인이 처를 잡고 밀치는 바람에

옆에 있던 문짝이 넘어지면서

소인의 머리를 덮쳐

입게 된 것이오니,

선처를 바라옵니다."

이렇게 여인의 남편이

변명하고 있을 때,

관장 부인이 그 과정을

창틈으로 지켜보다가

화를 내면서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세상에,

남편이 기생첩에게 혹하여

본처를 돌아보지 않고

고생을 시켰으니

그 아내가 남편을 때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거늘,

소위 관장 자리에 있는 사람이

저런 판결을 내리다니

통탄스럽고 땅을 칠 일이로다."

하고 분을 참지 못해

문을 두드리면서 꾸짖는데,

 .

그 소리가 어찌나 크고

과격하던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훤히 들리는 것이었다.

이에 관장은 놀라면서

형리를 불렀다.

 

 

"여봐라형리는 들어라.

매를 치라는 명령은 거두고,

형틀에 묶여 있는

여인을 풀어서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낼지어다."

 .

이렇게 다시

명령을 내린 관장은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며,

"만약 이 판결을 시행하여

여인에게

엄한 벌을 내릴 것 같으면,

필시 우리 집 문짝도

넘어질 것이로다."

라고 말하니,

듣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막고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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