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예수에 빗댄 野 의원
성탄절을 3주 앞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했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아가며 십자가를 메고 가시밭길을 걷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자신이 예수 같다는 말이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표가 단식할 때 한 지지자는 “나를 대신해서 단식하는 모습을 보니 기독교 신자들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몇 달 전엔 한 의원이 이 대표에게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기록한 마태복음 구절을 읽어주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의 모친은 2021년 자신의 심경을 예수의 어머니 성모(聖母) 마리아에 비유했다. 지난 9월 조 전 장관을 주제로 한 전시회엔 ‘촛불 십자가’ 그림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예수”라는 설명이 붙었다. 야권(野圈)에 적어도 3명의 예수가 계신 셈인데, 성녀(聖女)도 있다. 함세웅 신부는 지난달 30일 ‘방울’ 발언을 하기 전 추미애 전 장관을 ‘추다르크’라고 불렀다. “잔다르크는 프랑스의 성녀, 위대한 순교자”라며 “추 전 장관은 신실한 신앙인”이라고 했다.
황 의원은 과거 ‘처럼회’ 회원들을 “검찰 개혁의 순교자들”이라고 불렀다. 자신을 비롯, 최강욱·김남국·김용민·민형배·김의겸 등 20여 명이 ‘순교자’라는 것이다. 아무리 문학적 비유라도 최소한의 공통점은 있어야 성립한다. 순교의 뜻을 모른다면 국회에서 1.5㎞밖에 안 떨어진 양화진에 가보라. 병인박해 때 8000명이 참수당한 절두산(切頭山)에 오르면, 아무리 신자가 아니더라도 ‘짤짤이’ ‘암컷’ 운운 낄낄대는 자들이 같은 순교자 반열에 서는 건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73년 일본에서 납치돼 동해에 던져지기 직전 예수를 만났다고 한다. 소매를 붙잡고 “살려주십시오” 기도한 덕에 살았다고 훗날 고백했다. 숱한 고초를 겪은 DJ마저도 예수를 자칭했다거나, 추종자들이 그를 예수로 치켜세웠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DJ는 마지막 일기에서 “긴 인생이었다.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고 썼다. 예수는 DJ에게 섬김의 대상이지 코스프레 수단이 아니었다. 입만 열면 DJ 타령을 하면서 왜 이런 진정성은 본받지 않는 것일까.
예수가 문서 위조를 했다거나, 수사를 방해했다거나, 선거에 개입했다거나, 검사를 사칭했다거나 따위 기록은 성경에 없다. 잔다르크 역시 정치 자금을 가족에게 쓰거나 아들이 군대 휴가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 한국에 하나님이 20여 명, 재림 예수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사이비 교주들은 스스로를 탄압받는 순교자로 우상화하고 외부의 적을 설정해 집단 결속을 강화하는 수법을 쓴다. 예수·성모·성녀·순교자가 즐비한 데다 몰카 목사에 방울 신부까지 나서는 요즘 야권. ‘더불어사이비당’을 취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숨이 나온다
글 조선일모 칼럼 /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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