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길거리에서 안 보이는 둘
10년 뒤 육군 29만명
20년 뒤엔 19만명
북한 육군은 100만명
국군이 ‘미니 군대’ 될 줄
북 김씨들이 알았다면
핵 개발 필요도 없었을 것
얼마 전 한 분이 “요즘 우리 길거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게 뭔지 아느냐”고 하셨다. “군복 입은 군인과 배부른 임신부”라는 그분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하루 시내를 돌아다녀도 군복과 임신부를 몇 사람 볼까 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군인과 임신부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군인과 임신부는 가족과 사회, 나라를 유지하고 지키는 기초인데 그 둘 다 희귀한 존재가 돼 가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 예비역 장성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10년 뒤 우리 육군 병력이 겨우 30만명일 것이라고 했다. ‘60만 국군에 50만 육군’이 상식처럼 돼 있는데 아무리 병역 기간이 단축되고 인구 절벽이라고 해도 ‘30만 육군’이라니 생소하고 놀라운 숫자였다. ‘그렇다면 10년 뒤에 북한 육군은 몇 명이냐’고 그분에게 물었더니 “분명히 10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육군 30만명 중 휴전선에 배치될 숫자는 20만명 정도일 것이다. 이들이 3~4배나 많은 적을 맞아 전선을 지킬 수 있나.
드론 감시 정찰과 원거리 정밀 타격 등 군사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병력 숫자는 전쟁에서 영원히 바뀔 수 없는 승패의 기본 요소다. 미군이 걸프전 때 온갖 무리를 해가며 100만 대군을 모은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이 곳곳에 첨단 감시 통신 시스템을 세웠지만 하마스의 원시적 드론이 떨어뜨린 작은 폭탄들에 졸지에 무력화됐다.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른 북한 군에 우리 군 감시 자산은 더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기습당한 이스라엘이 결국 하마스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병력이 10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대로 병력이 절대 열세다.
2023년 현재 우리 육군이 36만여 명이고 북한 육군이 110만여 명이다. 실제로는 우리 육군이 35만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남쪽이 아무리 무기가 좋아도 우리가 머릿수로 일시에 밀고 들어가면 못 막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말대로 몇 배 넘는 북 병력이 물밀듯이 밀려오면 정말 막을 수 있나.
‘10년 뒤 육군 30만명’이 사실인지 알아보았다.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미 지금 우리 육해공군 전체 병력이 50만명도 무너져 48만명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군에선 부인하지만 사실인 것 같다. 10년 뒤 육군은 30만도 아닌 29만명이고, 20년 뒤엔 19만여 명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19만명이면 우리 인구의 5분의 1도 안 되는 이스라엘 병력과 같은 숫자다. 이때도 북한 육군은 100만명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감당키 어려운 불균형이다. 향토예비군이 있지만 북에는 더 많은 예비군이 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실제 전력이지만 우리 향토예비군이 그런지는 극히 의문이다.
가장 큰 북의 위협은 핵이지만 사용하기 어렵다. 사용할 가능성을 ‘0′이라고 할 수 없어서 무서운 것이지만 그 위협이 당장 매일 마주치는 현실은 아니다. 그러나 병력 수가 4배, 5배 차이가 난다는 것은 다르다. 예비역 장성은 “북한 김씨들이 한국군 병력이 이렇게 줄어들 줄 미리 알았다면 굳이 큰 희생을 해가며 핵 개발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탈북민은 ‘북한 110만 육군’이 과장이라고 한다. 북한군 복무 기간이 10년이지만 실제 육군은 80만~90만 정도라는 것이다. 이 중 상당수는 각종 노역에 항상 동원되고 있어 병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나 유사시 즉각 투입되는 군인이다.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은 “세뇌한 결과지만 대부분은 정신 무장도 잘돼 있다”고 한다. 북 육군이 80만~90만이라고 해도 우리와 차이가 너무 크다. 첨단 무기로 병력 차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북핵보다 더 현실적인 이 위협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유럽 흑사병 창궐 때보다 심하다는 초저출생과 복무 기간 단축 정치 포퓰리즘이 한국군을 ‘미니 군대’로 만들어간다. 초저출생 극복과 마찬가지로 ‘미니 군대’를 막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금태섭 전 의원 등의 신당 ‘새로운 선택’이 ‘여성 징병제 검토’를 제안했다. 여성 징병제가 어렵다면 여성 병사 모병제라도 검토해야 한다. 이스라엘 여군은 행정 지원만이 아니라 일부 전투 임무도 한다. 18개월인 군 복무 기간은 여야 합의로 늘려야 한다. 정치인들이 복무 기간 단축으로 장난칠 때가 아니다. 예비군 중 50만명 정도는 현역병과 비슷한 수준의 준(準)상비 전력으로 유지해야 한다. 미국처럼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이 군 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주는 방안도 있다. 미국식 민간 군사 기업(PMC)에 군 경계, 경비, 정비, 취사 등을 맡길 수도 있다.
병력이 적은 나라가 압도적 적 병력을 막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안이 핵무장이다. 이스라엘의 핵무장이 그 경우다. 핵무장이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10~20년 뒤 남북한 병력 차이가 핵무장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커진다. 이 심각한 문제를 거론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것도 참으로 ‘비현실적’이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양상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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