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감시하는 나라, ‘여행 기피국’ 된 중국
올 크리스마스 시즌, 여행 가성비만 보면 일본보다 중국이 훨씬 낫다. 도쿄 최고급 제국호텔의 1박 숙박비는 230만원에 달하는 반면 상하이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스위트룸은 100만원 수준이다. 상하이 5성 호텔의 평균 숙박비는 50만원 정도로 도쿄의 절반도 안 된다. 황금 시간대 서울~도쿄 왕복 항공료는 100만원에 달하지만 서울~상하이는 50만원 선이다. 상하이가 가성비 여행지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만명에 불과했다. 일본 방문객(1071만명)의 4%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856만명)에 비하면 95% 격감했다. 요즘 자금성, 만리장성에선 서양인 관광객들이 누구나 셀럽(유명인)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 현지인들이 앞다퉈 “같이 사진 찍자”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중국이 여행 기피국이 된 데는 7월부터 시행한 반간첩법 영향이 크다. 간첩 행위를 ‘국가 안보 및 이익에 위배되는 활동’이라고 맘대로 규정하면서, 외국인 체포·억류가 빈발하자 많은 서방 국가가 중국 출장, 중국 여행 자제령을 발동했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 출장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다. 중요 정보가 저장된 기존 스마트폰은 국내에 두고, ‘서브 폰’을 갖고 가게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출장자에게 중국 비판 기사를 검색하지 말 것,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파일을 전송하지 말 것, 군사·방산시설, 시위 현장 방문이나 사진 촬영을 하지 말 것 등 금기 사항을 사전 교육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안면 인식 기술에 바탕한 중국의 국가 감시망은 중국 내 탈북민 신변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호텔, 기차역, 주요 거리 곳곳에 설치된 ‘안면 인식기’로 탈북자를 색출해 내는 통에, 탈북 지원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한 탈북민 지원단체 관계자는 “호텔을 피하고 민박만 이용했는데도 중국 경찰이 동선을 모조리 다 파악하고 있어 모골이 송연했다”고 말했다.
모두를 감시하는 나라가 된 중국은 세계 3대 금융 허브였던 홍콩에 직격탄이 됐다. 2020년 반중국 활동가를 종신형에 처하는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대거 철수하자, 홍콩 금융인들은 홍콩을 ‘금융 허브 유적지(遺址)’라고 자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직원은 “세계 3대 금융 허브를 건설하는 데 100년이 걸렸는데 폐허로 변하는 덴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공산당 숭배자 시진핑이 만든 새 중국이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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