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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자유공간

역사에 ‘내로남불’로 남을 文정권

by 가마실 2021. 4. 6.

역사에 ‘내로남불’로 남을 文정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일 대국민 성명에서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다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지만,

민주당 고위 인사가 자신들이 내로남불 자세를 가진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처음 아닐까 싶다.

사람이 어느 정도 내로남불 자세를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로남불은 상대 당이나 정치인을 비판할 때 쓰는 단골 용어 중 하나였다.

처음 이 말을 쓴 정치인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총선 직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이 야당 의원들을 영입하자

제1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격했다.

박 의원은 “1995년 국민회의가 (분당 과정에서) 민주당에서 의원 빼 간 것부터 따져보자”

“내가 바람피우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인가”라고 받아넘겼다.

이후 내로남불이라는 용어가 4반세기 동안 쓰였지만 이 정권에서만큼 많이 쓰인 적은 없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과거 발언이 예외 없이 본인과 현 정권을 향해

부메랑으로 돌아와 ‘조로남불’이란 말까지 생겼다.

2019년 국감에서 야당 의원이 “내로남불도 유분수”라고 지적하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내가 조국이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최근 부동산 사태에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차보호법을 대표발의해 놓고

자기 아파트 임대료는 9% 올린 것이 드러나는 등 연일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1일 1내로남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한 진보 성향 학자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책을 내면서 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들을 정리하다 너무 많아 그만뒀다고 할 정도였다.

굳이 정리할 필요 없이 포털 사이트에서 내로남불을 치면 다양한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다.

내로남불은 이 정권 최고의 유행어이자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다.

야당이 최근 선관위에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등 문구를 투표 독려 현수막 등에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는 그 이유로 “선거인이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라서 일반 투표 독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고 하면 현 정권을 연상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선관위 답변이니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인 사실을 국가 기관이 공식 인정했다”는 말이 큰 과장은 아닐 듯하다.

이래저래 훗날 역사가들이 이 정권을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민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