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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2

박복한 과부 심실이 2021. 3. 15.
조주청의 사랑방야화 조주청의 사랑방야화 ​ ​ 조진사의 생일잔치는 왁자지껄했다. 솟을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축하선물 보따리가 바리바리 들어오고, 사랑방에도 대청마루에도 안마당 뒷마당 차양막 아래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 모두 오가는 걸음이 바쁜데 대문 밖 담모퉁이에서 젊은 한쌍이 쭈뼛쭈뼛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 마침내 결심을 한듯 아이를 업은 아낙이 앞장서고 그 남편은 지게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시루를 지고 뒤따랐다. ​ 안마당을 지나 부엌으로 가자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우리집에 발 들여놓지 말랬잖아.” ​ “엄마~.” 등에 업힌 어린 아기는 경기를 하듯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 엄마? 독기를 품고 씩씩거리는 여인네는 이 집의 안방마님인 조진사의 부인이고, 아기를 업고 온 새댁은 막내딸이.. 2021. 3. 15.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설화=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우가네 막내인 우 서방이 장가를 들었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라 세간이라고 받은 건 솥 하나, 장독 하나, 돌투성이 밭뙈기 그리고 철도 안 든 수송아지 한마리뿐이다. 먹고살 길은 산비탈을 개간해 밭뙈기를 늘려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소가 쟁기질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툭하면 큰집 어미 소에게 달려가는 수송아지를 키워 길들이는 일이 급선무다. 우 서방은 송아지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추수하고 난 남의 콩밭에 가서 낟알을 줍고 산에 가서 칡뿌리·마뿌리를 캐다 쇠죽솥에 넣었다. 그랬더니 송아지는 금세 엉덩짝이 떡 벌어지고 머리 꼭대기엔 뿔이 삐죽 올라왔다. 이젠 길을 들일 참이다. 큰집 형님 지시대로 냇가 모래밭에 소를 끌고 나가 쟁기를 씌우곤 형님이 앞에서 코뚜레를.. 2021. 3. 14.
새 색시가 요분질 ◈야설=새 색시가 요분질◈ 김판서는 만석꾼 부자에다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골동품들이 모두 값을 매길 수 없는 가보지만, 모든 걸 제쳐 두고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건 열일곱 살 난 외동아들 면이다. 면이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 훤했다. 김판서 집에 매파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고 고관대작의 딸들이 줄줄이 청혼을 해왔다. 그러나 김판서는 죽마고우였던 친구 이초시와 혼약을 해놓은지라 모든 청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판서 부인은 달랐다. “대감, 젊은 시절에 한 혼약을 정말 지킬 셈입니까? 대감 친구는 이미 죽었고 그 집은 몰락해 우리 면이가 그 집 딸과 혼례를 치른다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거요.” 그러나 김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부인, 우리의 혼약을 아는 사람은 다 .. 2021.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