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山房閑談121 친구가 몇이나 되오 류진사는 무골호인(無骨好人)이다. 한 평생살아오며 남의 가슴에 못 한 번 박은 적이 없고, 적선 쌓은 걸 펼쳐 놓으면 아마도 만경창파같은 들판을 덮고도 남으리라. 그러다보니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그 많던 재산(財産)을 야금야금 팔아치워 겨우 제 식구들 굶기지 않을 정도의 중농(中農) 집안이 되었다. 류진사(柳進士)는 덕(德)만 쌓은 것이 아니라 재(才)도 빼어났다. 학문(學問)이 깊고, 붓을 잡고 휘갈기는 휘호(揮毫)는 천하(天下) 명필(名筆)이다. 고을 사또(使道)도 조정(朝廷)으로 보내는 서찰(書札)을 쓸 때는 이방(吏房)을 보낼 정도였다. 류진사네 사랑방엔 선비와 문사(文士)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인(婦人)과 혼기(婚期)찬 두 딸은 허구한 날 밥상, 술상을 차려 사랑방에 들락날락하는 게.. 2021. 3. 10. 이전 1 ··· 28 29 30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