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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황 생원의 사부님 행랑아범에 납치된 만석꾼 황 생원 산속 깊은 곳 하인으로 전락하는데 황 생원은 요즘 도대체가 살맛이 안 난다. 입맛도 술맛도 없고, 치마를 벗기는 재미도 없다. 배는 동산만 하게 올랐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이 들고, 마실 갔다 오는 데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 대문 기둥을 잡고 헥헥거리다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마흔도 안된 황 생원은 만석꾼이다. “강 집사~ 곰발바닥 요리가 맛있다더라.” 황 생원이 입만 뻥긋하면 날쌘 강 집사는 강원도 포수한테 달려가 곰발바닥을 구해오고, 팔도강산 맛있는 것은 빠짐없이 구해왔다. 그런데 요즘 어느 것 하나 맛있는 게 없다. 조선천지 이름난 명주 다 마셔도 쓰기만 하다. 황 생원은 첩을 다섯이나 뒀다. “일목아~” 황 생원은 애꾸눈 행랑아범을 최 서방이라 부르지 않고 언제.. 2022. 6. 19.
유왕과 포사 유왕과 포사 경국지색(傾國之色)은 나라를 위기에 빠트리고 위태롭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경국지색에 포함되는 일화가 있습니다. 중국의 서주(西周) 시대 마지막 왕, 유왕은 절세미인 포사를 매우 총애했습니다. 총애하는 포사가 아들을 낳자 정실부인인 황후 신후와 태자 희의구를 폐하고 포사를 황후로 그녀의 어린 아들 희백복을 태자로 삼았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포사에게는 평소 웃음이 없었는데 그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유왕은 비단 찢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는 그녀의 말에 매일 비단 백 필을 가져다 찢게 했습니다. 매일 산더미 같은 비단이 찢겨 없어졌지만 비단 찢는 소리도 싫증이 나버렸는지 포사는 또 전혀 웃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실수로 봉화대에 봉화가 피워 올랐고 제후들이 병사.. 2022. 6. 11.
초립동 이야기 초립동 이야기 왕이 화가 났다. 인재를 골라 뽑아 평양감사로 내려보내도 보내는 족족 주색에 빠져 정사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니 평양감영의 기강은 흐트러지고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평양감사를 홀리는 여우는 부벽관의 홍엽이라는 기생이다. 왕은 믿을 신하가 없어 참판으로 있는 부마(왕의 사위)를 암행어사로 임명, 불문곡직 국기를 문란케 한 기생 홍엽의 목을 베라는 명과 함께 평양으로 내려보냈다. 몇날 며칠 말을 타고 와 평양이 가까워졌을 때 늦가을 토끼 꼬리만한 날이 저물었다. 부마는 떨어진 갓에 기운 두루마기 차림으로 변장하고 고갯마루의 조그만 주막에 들어가 하룻밤 유숙하기를 청해 객방에 보따리를 풀었다. 뜨뜻한 객방에서 쇠고기국에 밥을 말아 먹고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나니 온몸이 쑤셨다. 상을 들.. 2022. 6. 11.
돈 주고 측간을 세내다 (放糞貰錢) 돈 주고 측간을 세내다 (放糞貰錢) 옛날에 이달(李達)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속임수에 무척 능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대로 한복판에서 뒤가 마려웠다. 사방을 둘러봐도 측간(厠間)이 보이지 않으니, 손으로 항문을 움켜쥐고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한 가지 계책이 떠올랐다. 이달은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여보시오, 이 근처에 돈 내고 측간을 빌릴 곳이 없겠소?" 그러자 한 동복(童僕)1)이 나와서 돈을 얼마나 낼 것이냐고 물었다. 1)동복(童僕 : 어린 종 이에 이달은 주머니에를 뒤적이니 30전이 있기에 이 돈을 다 주겠노라고 말했다. 어린 종은 그 돈을 벌 생각에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안채에 있는 측간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밖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측간에 들어간 사람이 나오질 않았다. 어린 종은 마음을 졸이.. 2022.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