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코큰 사내와 입작은 여인 애 못 낳는 석녀라고 시집간 지 3년 만에 쫓겨난 심실이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신랑이란 작자의 상판대기라도 볼 수 있어야 애를 만들든지 돌부처를 만들든지 할 것이 아닌가. 밭에 씨를 뿌려야 싹이 나지!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을 지새운 신랑이 한숨을 쉰 후 가뭄에 콩 나듯이 신방을 찾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발길을 끊었다. 들리는 소문에 신랑은 첩을 얻어 딴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시집이 만석꾼 집안이라 심실이는 소박맞을 때 번듯한 기와집과 문전옥답 백마지기를 얻어 나왔다. 정직한 먼 친척 아저씨가 심실이의 집사가 되어 소작농들을 잘 관리해 심실이네 곳간은 나락섬이 넘쳐났다. 심실이는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밤이 문제다. 방물장수 할머니한테서 목신(木腎)을 샀다가 한달 만에 싫증 나고, 소.. 2022. 6. 11.
매형 호의호식하던 천석꾼 유 진사 어느날 탁발승과 맞닥뜨리는데… 유 진사가 점심 수저를 놓고 솟을대문 밖으로 나갔다. 뒷짐을 지고 발아래 펼쳐진 황금 들판을 내려다보니 빙긋이 입이 벌어졌다. 그때 지나가던 한 탁발승이 삿갓을 푹 눌러쓴 채 “쯧쯧쯧, 운세가 정점을 찍었구랴!” 탁발승은 유 진사에게 이끌려 사랑방에 앉았다. “여봐라, 여기 곡차를 올리렸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몇순배 청주를 돌린 뒤 유 진사가 물었다. “정점을 찍다니요? 이제는 내려갈 운세요?” 스님은 여전히 삿갓을 눌러쓴 채 “하강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절벽에서 떨어지듯이 급전직하하겠소이다.” 유 진사가 너털웃음을 짓더니 “땡초가 못하는 말이 없네.” 문을 발로 차며 “여봐라, 하인들을 모두 모이도록 하라.” 그러자 탁발승이 삿갓을 올.. 2022. 6. 7.
그믐달 우 생원이 그린 조잡한 그믐달 모두가 조롱하고 비웃는 그림을 부자 영감이 비싼값에 사가는데… 지필묵 장수, 우 생원이 어느 날부터인가 화공(畵工)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저잣거리 화상(畵商)들이 몰려 있는 곳에 제 그림을 들고 나타난 우 생원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모든 화상들이 외면하는데 어느 짓궂은 화상이 우 생원을 놀리며 그림이나 한번 보자고 두루마리 족자를 펼쳤다가 가게가 뒤집어지도록 폭소를 터뜨렸다. 감나무 가지에 걸린 그믐달 그림이다. “우 생원, 달을 그리려면 둥근 만월을 그리든가 새로 태어나는 초생달을 그려야지 기울어지는 그믐달을 그려 놓으면 누가 사가서 자기 집 벽에 걸겠는가. 쯧쯧쯧…” 그림도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어르신, 전시나 좀 해주세요. 팔리면 어르신이 칠을 먹고 제게는 삼만 .. 2022. 5. 25.
산삼 어느날 산에서 약초를 찾던 중 재기가 산삼을 발견하는데… 앞뒷집에 사는 덕팔이와 재기는 둘도 없는 불알친구다. 그러나 두녀석의 노는 꼴은 영 딴판이다. 덕팔이는 우직하고 느릿느릿한 데 반해 재기는 영악스럽고 약삭빠르다. ​ 어느 날, 두녀석은 저잣거리로 놀러 나갔다. 그런데 재기가 똥이 마려워 길가 풀숲으로 들어간 사이 천천히 길을 걷던 덕팔이의 두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길에 엽전이 점점이 떨어진 것이다. 어느 부자 첨지가 말을 타고 가면서 전대가 풀어진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모두 열여섯냥이나 되었다. ​ 덕팔은 그대로 길가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때 풀숲에서 나온 재기가 “왜 그러고 있느냐?”고 물었다. ​ 덕팔이 왈 “돈을 흘린 사람이 틀림없이 되돌아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야 해.” “얼마나 주웠는데?.. 2022.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