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박 서방, 황 첨지 그리고 사또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박서방, 쟁기날 사려고 대장간으로… 돈통끼고 앉아 평상에서 약주마시는 팔자 좋은 황첨지가 부럽기만 한데… 보리 한골을 베고 난 박 서방은 허리가 두동강이 난듯 선뜻 일어설 수가 없다. 밭둑의 함지박에서 호리병을 꺼내 막걸리 한사발을 단숨에 들이켜자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이 사발에 떨어져 막걸리 반, 땀 반이다. 보리밭 한마지기를 베어 단으로 묶어 산비탈에 널어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별이 총총하다. 납덩어리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박 서방은 새벽같이 일어나 소를 끌고 쟁기를 매고 또다시 들로 나가야 한다. 이랴~, 보리밭을 갈아엎고 물꼬를 터 하루빨리 모를 심어야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면 박 서방의 몸은 녹초가 되지만 또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최 서방네 모를 심으러 간.. 2022. 5. 1. 매화와 퇴계선생 매화와 퇴계선생 이황(李滉) 퇴계(退溪)선생은 매화(梅花)를 끔직히도 사랑했다. 그래서 매화를 노래한 시가 1백수가 넘는다. 이렇게 놀랄 만큼 큰 집념으로 매화를 사랑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단양군수 시절에 만났던 관기(官妓) 두향(杜香) 때문이었다. 퇴계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다. 그리고 두향의 나이는 18세였다. 두향은 첫눈에 퇴계 선생에게 반했지만 처신이 풀 먹인 안동포처럼 빳빳했던 퇴계선생이었던 지라 한동안은 두향의 애간장을 녹였었다. 그러나 당시 부인과 아들을 잇달아 잃었던 퇴계 선생은 그 빈 가슴에 한 떨기 설중매(雪中梅) 같았던 두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두향은 시(詩)와 서(書)와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은 그러나 겨우 9.. 2022. 4. 26. 좋을지 나쁠지 좋을지 나쁠지 황해도 해주 사또, 어판득은 근본이 어부이다. 고기잡이배를 사서 선주가 되더니 어장까지 사고, 해주 어판장을 좌지우지하다가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어찌어찌 한양에 줄이 닿아 큰돈을 주고 벼슬을 샀고, 평양감사 아래 얼쩡거리더니 마침내 해주 사또로 부임했다. 그는 그렇게도 바라던 고향 고을의 원님이 되어 권세도 부리고 주색잡기에도 빠졌다. 그렇지만 즐겁지 않고 뭔지 모를 허망함만 남을 뿐이었다. 처서도 지나고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어느 날, 사또는 동헌에 앉아 깜빡 졸았다. 사또는 어판득이 되어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을 끌어올렸다. 조기떼가 갑판 위에 펄떡이자 그도 조기와 함께 드러누워 껄껄 웃었다. 꿈을 꾼 것이다. 이튿날, 사또는 백성들의 눈을 피해 어부로 .. 2022. 4. 19. 노총각 심마니 색줏집을 때려 부숴 곤장 맞고 술 취해 인사불성이 된 ‘덕배’ 재를 넘어 가는 길에 한 여인이… 하룻밤 옥살이 끝에 동헌 앞마당에서 곤장 열대를 맞고 관아를 빠져나온 덕배는 곧장 주막으로 들어가 탁배기(막걸리)를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었다. 덕배는 노총각 심마니다. 조실부모하고 어릴적부터 약초꾼인 당숙을 따라 이산저산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당숙이 몸져눕자 외톨이 심마니가 되어 가끔 현몽을 꿔 산삼을 캐면 한의원에 팔아 목돈을 챙겼다. 노총각 덕배는 6척 장신에 어깨가 떡 벌어져 풍채가 좋다. 이따금 산삼을 캐다가 부러진 것들은 자신이 와그작 먹어버리고, 허구한 날 비호처럼 산을 타다보니 허벅지는 한아름이요, 장딴지는 옹기만 하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넘치는 힘을 쏟을 곳이 없어 용두질로 달래곤 한.. 2022. 4. 19.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