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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송이버섯 청상과부 마님, 머슴 팔푼이 앞세워 송이버섯 따러 음곡산으로… 가파른 골짜기 오르던 팔푼이, ‘쿵’ 떨어져 꼼짝도 못하자 … 총각 머슴 팔푼이가 나무 한지게를 지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 웃으며 대문을 들어섰다. ​ “마, 마, 마님! 이것 좀 보세요. 내 고, 고, 고추하고 꼭 다, 다, 닮았어유.” ​ 삼십대 초반, 청상과부 마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 “야, 이놈아! 어느 면전이라고 그런 망측한 소리를 지껄이느냐.” ​ 야단을 치고 보니 팔푼이 손바닥에 잡힌 그것은 송이버섯이렷다. ​ “너, 이거 어디서 땄느냐?” “으, 으, 음곡산 고, 고, 골짝에서 땄지유. 헤헤.” ​ 수절하는 양반댁 청상과부는 지난봄 남의 눈도 무섭고 실제로 겁탈 당할세라 좀 모자라는 팔푼이를 머슴으로 맞아들였다. 팔.. 2022. 5. 7.
원숭이 띠 오수는 민첩하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해도, 헤엄을 쳐도 또래 친구들이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팽팽 잘 돌아 영악스럽기 짝이 없다. 한가지 흠이라면 ‘자만’이다. 세상에서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없기에 항상 자기 주장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는다. 어느 날 밤, 친구들이 모여 수박서리를 가기로 했는데 오수가 나서 임 첨지네 집에 닭서리를 가자고 방향을 틀었다. 임 첨지는 며칠 전에 족제비한테 닭을 몇마리 잃은 터라 잔뜩 긴장해 있었다. 게다가 성질이 고약해 들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오수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아니나 다를까, 닭장 안에서 도롱이를 덮어쓰고 앉아 족제비를 잡으려던 임 첨지에게 잡혀 매타작을 당했다. 오수는.. 2022. 5. 7.
개마고원 산적 개마고원 산적 함경도 갑산(甲山) 사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길은 요란했다. 말 다섯필 잔등엔 호피, 여우가죽, 수달피, 말린 웅담, 호골, 산삼, 하수오 등등 값비싼 개마고원 특산품들이 바리바리 실리고 금은보화와 묵직한 전대도 실렸다. 칼을 차고 창을 든 포졸 넷이 호위하고 집사와 하인 셋이 따르는 긴 행렬이 화동령 협곡을 지날 때였다. 우르르 쾅쾅, 절벽 위에서 바위가 연달아 떨어지며 화살이 빗발치자 이임 사또 행렬은 혼비백산했다. 이튿날 동헌에서 육방 관속이 나오고 보부상에 호사가들이 발걸음을 멈춰 화동령 협곡은 장터처럼 법석거렸다. 사또 행렬은 구름처럼 흩어져 그림자조차 안 보였다. 오직 사또만이 발가벗긴 채 소나무가지에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불뚝이 배엔 ‘돼지’라고 적혀 있었다. .. 2022. 5. 7.
노세작 꾀가 많고 남속이는 재주 뛰어난 노참봉 밤길에 열녀상 받은 과부 집에서 한 남정네가 몰래 나가는걸 보는데… 노참봉을 사람들은 노세작이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키에 몸에는 군더더기 살이 없어 나이 오십줄에 들어섰지만 날렵하기가 다람쥐다. 키보다 훨씬 높은 담도 손만 닿으면 훌쩍 뛰어넘는다. ​ 사실 노세작의 장기는 몸뚱이에 있지 않고 머릿속에 있다. 그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꾀는 나와도 나와도 끝이 없는 화수분이다. 눈은 쏙 들어가고 광대뼈는 톡 튀어나온 깡마른 얼굴이지만 냄새 맡는 데는 삽살개 저리 가라다. 항상 눈을 깔고 다니지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고, 십리 밖 여인네 옷 벗는 소리도 들린다는 토끼귀를 가졌다. ​ 문제는 그 빼어난 몸과 마음의 재주를 나쁜 쪽으로만 써먹는 데 있다. 세작(細作)이라는 별.. 2022.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