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작은 고추가 맵다. 작고 말랐지만 깡이 있는 지생원 당나귀 고삐를 감나무에 묶었는데 덩치 큰 젊은 선비가 말을 끌고와… 붓장수 지 생원은 환갑이 지났건만 아직도 한달이면 스무날은 손수 붓을 만들고, 열흘은 붓을 팔러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겨울이면 강원도 영월로, 정선으로 돌아다니며 족제비, 담비, 수달피를 사냥꾼으로부터 사들였다. 담비 목털로 세필(細筆) 붓을 만들고 족제비 꼬리로 중필 붓을 만들었다. 강원도를 쏘다니고, 만든 붓을 팔려고 이곳저곳을 다닐 때 지 생원의 발이 되고 동무가 되는 것은 당나귀다. 지 생원은 오척 단신에 피골은 상접해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생김새다. 하지만 깡이 있어 남에게 지는 법이 없다. 평소 안면 있는 장돌뱅이가 “지 생원! 나무 잡아, 바람 불어”라고 농을 던지면, 지.. 2022. 5. 16. 삼강주막 이초시가 술상 앞에 고꾸라지자 노대인은 이초시 부인이 자는 방의 문고리를 당기는데… 저녁상을 물리고 난 주막집은 술판으로 이어진다. 토담 옆의 홍매화가 암향을 뿜으며 초롱 불빛을 역광으로 받아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임자는 다리도 아플 터인데 먼저 들어가 주무시오. 나는 술 한잔 하고 들어갈 터.” 점잖은 선비가 부인과 겸상으로 저녁을 마치고 주모에게 매실주 한 호리병을 시킨 뒤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홍매화를 쳐다보다 눈을 감고 암향을 깊이 마신 부인은 눈꼬리를 올리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도 매실주 한잔 마시고 갈래요.” 선비는 점잖은데 그의 부인은 홍매화처럼 색기(色氣)를 풍긴다. 왼손 소맷자락으로 술잔을 가리며 한잔 마신 선비의 부인은 미끄러지듯이 평상에서 내려와 한마디 던졌다. “너무 마시지.. 2022. 5. 10. 때늦은 회한 홀시어머니 호된 시집살이도 눈물 한바가지로 견딘 효실 남편 시앗소식에는 잠 못 이루는데… 가난한 선비의 딸, 효실이 부잣집 노 대감의 외아들에게 시집갔다. 인물 좋고 착하고 예절 바른 효실이 시집을 잘 갔다고 동네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효실은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친정 신행길을 다녀오고 바로 알아차렸다. 시집식구라고는 시어머니 하나뿐이어서 극진히 모시겠다고 다짐했지만, 새침한 시어머니는 작정하고 효실의 오장육부를 뒤집기 일쑤였다. “한번 풀어보고 하도 기가 막혀 그대로 처박아 놓았다. 네 눈으로 똑똑히 봐라. 이것도 혼수라고…. 끌끌끌.” 효실은 우물가에서 실컷 울고 난 뒤 세수하고 들어오는 게 일상사가 되었다. 두살 위의 신랑, 용무도 제 어미한테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를 어떻게 .. 2022. 5. 10. 배 과수원 주인 아이들 배서리에 몹시 화가난 오생원 송사해도 안되자 팻말을 세우는데… 오 생원이 하루에도 몇번씩 얼굴을 마주하는 한동네 사는 세사람을 발고(發告), 사또 앞에서 송사가 벌어졌다. 그들의 죄목은 서당 다니는 자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구쟁이들이 밤에 오 생원의 배 과수원에 들어가 서리를 하다가 잡힌 탓이다. 애들은 종아리가 찢어지도록 회초리 타작을 당했고, 그 부모들은 배값으로 열닷냥씩 내라는 소송이었다. 사또가 오 생원에게 물었다. “밤에 과수원에 들어온 학동들을 잡았을 때 그 녀석들이 배를 몇개씩 땄는고?” 오 생원이 “어흠 어흠” 헛기침을 하더니 대답했다. “그때는 한개밖에 안 땄지만 그간 수없이 도둑맞은 게 모두 그들 짓이라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요.” 사또가 한숨을.. 2022. 5. 7.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