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474 좋을지 나쁠지 근본이 어부인 사또 ‘어판득’ 동헌 전속 마의원과 바다로 나갔다가 배에서 그만 못에 손가락을 찔리는데… 황해도 해주 사또, 어판득은 근본이 어부이다. 고기잡이배를 사서 선주가 되더니 어장까지 사고, 해주 어판장을 좌지우지하다가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어찌어찌 한양에 줄이 닿아 큰돈을 주고 벼슬을 샀고, 평양감사 아래 얼쩡거리더니 마침내 해주 사또로 부임했다. 그는 그렇게도 바라던 고향 고을의 원님이 되어 권세도 부리고 주색잡기에도 빠졌다. 그렇지만 즐겁지 않고 뭔지 모를 허망함만 남을 뿐이었다. 처서도 지나고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어느 날, 사또는 동헌에 앉아 깜빡 졸았다. 사또는 어판득이 되어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그물을 끌어올렸다. 조기떼가 갑판 위에 펄떡이자 그도 조기와 함께.. 2022. 5. 16. 작은 고추가 맵다. 작고 말랐지만 깡이 있는 지생원 당나귀 고삐를 감나무에 묶었는데 덩치 큰 젊은 선비가 말을 끌고와… 붓장수 지 생원은 환갑이 지났건만 아직도 한달이면 스무날은 손수 붓을 만들고, 열흘은 붓을 팔러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겨울이면 강원도 영월로, 정선으로 돌아다니며 족제비, 담비, 수달피를 사냥꾼으로부터 사들였다. 담비 목털로 세필(細筆) 붓을 만들고 족제비 꼬리로 중필 붓을 만들었다. 강원도를 쏘다니고, 만든 붓을 팔려고 이곳저곳을 다닐 때 지 생원의 발이 되고 동무가 되는 것은 당나귀다. 지 생원은 오척 단신에 피골은 상접해 바람이 세차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생김새다. 하지만 깡이 있어 남에게 지는 법이 없다. 평소 안면 있는 장돌뱅이가 “지 생원! 나무 잡아, 바람 불어”라고 농을 던지면, 지.. 2022. 5. 16. 삼강주막 이초시가 술상 앞에 고꾸라지자 노대인은 이초시 부인이 자는 방의 문고리를 당기는데… 저녁상을 물리고 난 주막집은 술판으로 이어진다. 토담 옆의 홍매화가 암향을 뿜으며 초롱 불빛을 역광으로 받아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임자는 다리도 아플 터인데 먼저 들어가 주무시오. 나는 술 한잔 하고 들어갈 터.” 점잖은 선비가 부인과 겸상으로 저녁을 마치고 주모에게 매실주 한 호리병을 시킨 뒤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홍매화를 쳐다보다 눈을 감고 암향을 깊이 마신 부인은 눈꼬리를 올리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도 매실주 한잔 마시고 갈래요.” 선비는 점잖은데 그의 부인은 홍매화처럼 색기(色氣)를 풍긴다. 왼손 소맷자락으로 술잔을 가리며 한잔 마신 선비의 부인은 미끄러지듯이 평상에서 내려와 한마디 던졌다. “너무 마시지.. 2022. 5. 10. 때늦은 회한 홀시어머니 호된 시집살이도 눈물 한바가지로 견딘 효실 남편 시앗소식에는 잠 못 이루는데… 가난한 선비의 딸, 효실이 부잣집 노 대감의 외아들에게 시집갔다. 인물 좋고 착하고 예절 바른 효실이 시집을 잘 갔다고 동네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효실은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친정 신행길을 다녀오고 바로 알아차렸다. 시집식구라고는 시어머니 하나뿐이어서 극진히 모시겠다고 다짐했지만, 새침한 시어머니는 작정하고 효실의 오장육부를 뒤집기 일쑤였다. “한번 풀어보고 하도 기가 막혀 그대로 처박아 놓았다. 네 눈으로 똑똑히 봐라. 이것도 혼수라고…. 끌끌끌.” 효실은 우물가에서 실컷 울고 난 뒤 세수하고 들어오는 게 일상사가 되었다. 두살 위의 신랑, 용무도 제 어미한테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를 어떻게 .. 2022. 5. 10. 이전 1 ··· 63 64 65 66 67 68 69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