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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사474

배 과수원 주인 아이들 배서리에 몹시 화가난 오생원 송사해도 안되자 팻말을 세우는데… 오 생원이 하루에도 몇번씩 얼굴을 마주하는 한동네 사는 세사람을 발고(發告), 사또 앞에서 송사가 벌어졌다. 그들의 죄목은 서당 다니는 자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구쟁이들이 밤에 오 생원의 배 과수원에 들어가 서리를 하다가 잡힌 탓이다. 애들은 종아리가 찢어지도록 회초리 타작을 당했고, 그 부모들은 배값으로 열닷냥씩 내라는 소송이었다. ​ 사또가 오 생원에게 물었다. ​ “밤에 과수원에 들어온 학동들을 잡았을 때 그 녀석들이 배를 몇개씩 땄는고?” ​ 오 생원이 “어흠 어흠” 헛기침을 하더니 대답했다. “그때는 한개밖에 안 땄지만 그간 수없이 도둑맞은 게 모두 그들 짓이라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요.” ​ 사또가 한숨을.. 2022. 5. 7.
송이버섯 청상과부 마님, 머슴 팔푼이 앞세워 송이버섯 따러 음곡산으로… 가파른 골짜기 오르던 팔푼이, ‘쿵’ 떨어져 꼼짝도 못하자 … 총각 머슴 팔푼이가 나무 한지게를 지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 웃으며 대문을 들어섰다. ​ “마, 마, 마님! 이것 좀 보세요. 내 고, 고, 고추하고 꼭 다, 다, 닮았어유.” ​ 삼십대 초반, 청상과부 마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 “야, 이놈아! 어느 면전이라고 그런 망측한 소리를 지껄이느냐.” ​ 야단을 치고 보니 팔푼이 손바닥에 잡힌 그것은 송이버섯이렷다. ​ “너, 이거 어디서 땄느냐?” “으, 으, 음곡산 고, 고, 골짝에서 땄지유. 헤헤.” ​ 수절하는 양반댁 청상과부는 지난봄 남의 눈도 무섭고 실제로 겁탈 당할세라 좀 모자라는 팔푼이를 머슴으로 맞아들였다. 팔.. 2022. 5. 7.
원숭이 띠 오수는 민첩하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해도, 헤엄을 쳐도 또래 친구들이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팽팽 잘 돌아 영악스럽기 짝이 없다. 한가지 흠이라면 ‘자만’이다. 세상에서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없기에 항상 자기 주장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남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는다. 어느 날 밤, 친구들이 모여 수박서리를 가기로 했는데 오수가 나서 임 첨지네 집에 닭서리를 가자고 방향을 틀었다. 임 첨지는 며칠 전에 족제비한테 닭을 몇마리 잃은 터라 잔뜩 긴장해 있었다. 게다가 성질이 고약해 들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오수는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아니나 다를까, 닭장 안에서 도롱이를 덮어쓰고 앉아 족제비를 잡으려던 임 첨지에게 잡혀 매타작을 당했다. 오수는.. 2022. 5. 7.
개마고원 산적 개마고원 산적 함경도 갑산(甲山) 사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길은 요란했다. 말 다섯필 잔등엔 호피, 여우가죽, 수달피, 말린 웅담, 호골, 산삼, 하수오 등등 값비싼 개마고원 특산품들이 바리바리 실리고 금은보화와 묵직한 전대도 실렸다. 칼을 차고 창을 든 포졸 넷이 호위하고 집사와 하인 셋이 따르는 긴 행렬이 화동령 협곡을 지날 때였다. 우르르 쾅쾅, 절벽 위에서 바위가 연달아 떨어지며 화살이 빗발치자 이임 사또 행렬은 혼비백산했다. 이튿날 동헌에서 육방 관속이 나오고 보부상에 호사가들이 발걸음을 멈춰 화동령 협곡은 장터처럼 법석거렸다. 사또 행렬은 구름처럼 흩어져 그림자조차 안 보였다. 오직 사또만이 발가벗긴 채 소나무가지에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불뚝이 배엔 ‘돼지’라고 적혀 있었다. .. 2022.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