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474 보은 물에 빠진 노인 살려준 필동 지관인 노인의 말 듣고 선친 묘를 명당으로 옮기는데… 장마가 시작되려나, 지난밤에 큰비가 왔다. 두달 전 장례를 치르고 주인집 오 진사네 산자락 끝머리에 땅 한평 얻어서 아버지를 묻고 올려놓은 봉분이 걱정돼 필동이는 먼동이 트자마자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발밑의 개울은 으르렁 거리고 흙탕물이 휘돌아 묘터를 갉아먹어 관이 삐죽이 드러났다. 정신없이 삽질을 하는데 “어푸 사사사람 어푸 사사살려~” 필동이 돌아보니 황톳물 급류에 노인 하나가 떠내려가는 게 아닌가. 필동이는 물에 풍덩 뛰어들어 주먹으로 노인의 얼굴을 쳐서 기절시킨 후 그의 멱살을 잡고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둘은 급류 속으로 사라졌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다가 사지(死地)에서 빠져나왔다. 기운이 쏙 빠진 필동이가 개울.. 2022. 5. 17. 늙음의 미학(美學)과 인생무상(人生 無常) 늙음의 미학(美學)과 인생무상(人生 無常) ◯ 늙음의 美學 느티나무 잎 하나 빙그르르 휘돌며 떨어진다. 내 삶의 끝자락도 저와 같다. 어느 바람에 지는 줄 모르는 낙엽이 땅에 떨어지기까지는 순간이지만, 그럼에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것은 분명히 절규가 아니라 춤추는 모습이다. 낙엽 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름다운 단풍이었다. 말년의 인생 모습도 낙엽처럼 화사(華奢)하고 장엄(莊嚴)한 파노라마(panorama) 이어라.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봄꽃보다 가을 단풍을 더 아름답게 본다. 아침 이슬도 아름답지만, 해 질 녘의 저녁놀은 더 아름답다. ‘삶의 유혹(誘惑)’과 ‘죽음의 공포(恐怖)’ 이두 가지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하는 것이 인생의 참 공부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 늙음의 내리막길이다. 등.. 2022. 5. 17. 인향만리(人香萬里) 인간적 향기가 나는사람 인향만리(人香萬里) 인간적 향기가 나는사람 오동나무는 천년을 묵어도 그속에 노래를 지니고 있고... 매화는 평생 추위와 살아도 향기를 잃지 않고... 달빛은 천 번 이즈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 있고... 버드나무 줄기는 백 번 찢어내도 또 새로운 가지가 난답니다. 이렇듯 사람도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마음씨가 있습니다.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 자기도 바쁘지만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 내는 사람... 어려울 때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사람...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려는 사람... 나의 허물을 감싸 주고 나의 미흡한 점을 고운 눈길로 봐주는 사람... 자기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인연을 깨.. 2022. 5. 16. 노총각 심마니 색줏집을 때려 부숴 곤장 맞고 술 취해 인사불성이 된 ‘덕배’ 재를 넘어 가는 길에 한 여인이… 하룻밤 옥살이 끝에 동헌 앞마당에서 곤장 열대를 맞고 관아를 빠져나온 덕배는 곧장 주막으로 들어가 탁배기(막걸리)를 퍼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었다. 덕배는 노총각 심마니다. 조실부모하고 어릴적부터 약초꾼인 당숙을 따라 이산저산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당숙이 몸져눕자 외톨이 심마니가 되어 가끔 현몽을 꿔 산삼을 캐면 한의원에 팔아 목돈을 챙겼다. 노총각 덕배는 6척 장신에 어깨가 떡 벌어져 풍채가 좋다. 이따금 산삼을 캐다가 부러진 것들은 자신이 와그작 먹어버리고, 허구한 날 비호처럼 산을 타다보니 허벅지는 한아름이요, 장딴지는 옹기만 하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넘치는 힘을 쏟을 곳이 없어 용두질로 달래곤 한.. 2022. 5. 16.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