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474 황룡(黃龍) 황룡(黃龍) 공조판서, 이조판서로 열두 해를 봉직하다가 사직을 하고 낙향한 유대감은 아들 셋을 뒀다. 첫째와 둘째는 둔재라 번번이 과거에 낙방해 유 대감과 정경부인 이씨의 애간장을 태웠는데, 늦게 본 셋째아들은 열일곱 나이에 단번에 알성급제를 했다. 어사화를 쓴 셋째아들이 백마를 타고 고향집으로 금의환향하자 유대감은 사흘간 잔치를 벌였다. 소 잡고 돼지 잡고 사물패가 흥에 겨워 뛰고 명창이 지화자를 뽑으니 유대감은 술잔을 받은 족족 들이켰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정경부인 이씨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뒤뜰 별당에 문을 잠가놓고 이불을 덮어쓴 채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유모 외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호사다마라고, 3일 잔치가 끝나자 알성급제한 셋째가 앓아누웠다. 잔치 뒤끝의 배탈이려니.. 2021. 4. 6. 사지삼혹(四知三惑) 사지삼혹(四知三惑) 네 가지 아는 것과 세 가지 유혹이라는 뜻으로, 넷이 안다는 말은 즉 하늘이 알고, 신(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는 뜻과 세 가지 유혹은 즉 술과 여자, 재물의 유혹이라는 뜻을 합친 성어이다. 四 : 넉 사(囗/2) 知 : 알 지(矢/3) 三 : 석 삼(一/2) 惑 : 미혹할 혹(心/8)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하늘, 신, 너와 나 벌써 넷이 알고 있다는 것이 사지(四知)다. 뇌물을 주고 받을 때 아무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들통이 난다고 경계하는 유명한 말이다. 술과 여색, 재물 등 세 가지 앞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삼혹(三惑)이다. 이 두 가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말을 아울러 부르는 것은 모두 중국 후한(後漢) 때의 청렴의 대명사 양진(楊震)과 그 아.. 2021. 4. 6. 양반 며느리 새색시가 시집아라고 와보니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다 신랑은 서당에 다니며 공부에 매달렸고 시아버지란 사람은 꼴란 양반에 까짓것 초시라고 사랑방에서 양반다리를 꼬고 앉아 오가는 선비들 다 끌어모아 밥 주고 술 주며 살림만 축내고 있었다. 조상한테서 문전옥답 토실하게 물려받았지만 매년 한자리씩 팔아치워 앞으로 4~5년이면 알거지가 될 판이다. 어느날, 며느리가 들어 갔다 집에 오니 사방방에 시아버지 글 친구들이 잔뜩 모였다. "얘야, 술상 좀 차려 오너라." 며느리는 부엌에 들어가 낫으로 삼단 같은 머리를 싹둑 짤라 머슴에게 건네며 그걸 팔아 술과 고기를 사오라 일렀다. 머슴은 그걸 들고 사랑방으로 가 시어버지에게 보였다. 사랑방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글 친구들은 슬슬 떠나고 시아버지는 혼자.. 2021. 3. 31. 동태가 된 여종 * 동태가 된 여종 어떤 양반댁에서의 일이다; 늙은 대감이라는 게 주책도 없지, 종년을 시켜 이부자리를 펴러 들여보내면 매번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눈치다. 마나님이 그 거동을 알았으나 며느리에 손주며느리까지 있는 점잖은 터수에 집안 시끄럽게 떠들 수도 없고, 그러고 보니 대감은 날로 수척해 가는 것만 같고, 방 윗목에 놓은 물그릇이 쩡쩡 어는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밤이다 마나님이 가만히 보니 대감 사랑방에 살짝 들어간 종년이 나오지를 않는다. 마나님은 부엌으로 가 간단하게 약주상을 차리고 식혜와 홍시를 소반에 담아 때맞춰 일부러 잔기침에 신발을 끌며 대감방으로 향했다. 대감이 막 포동포동한 것을 애무하는데 안마당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옷을 입힐 겨를도 없이 다락을 열고 발가벗은 종년을 올.. 2021. 3. 31. 이전 1 ··· 86 87 88 89 90 91 92 ··· 1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