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부부 공갈단 부부 공갈단 어수룩한 장사꾼이 당나귀 세마리를 몰고 몇날 며칠을 걸어 법성포에 다다라 저잣거리 주막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 날이 새면 굴비와 멸치를 사서 바리바리 나귀 등에 싣고 영월로 돌아갈 참이다. 쇠고기국밥에 막걸리 한호리병을 비우고 나니 초저녁부터 눈꺼풀에 납덩어리를 매달았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전대는 단봇짐에 넣어 베개처럼 베고 잠이 들었는데, 너무 더워 잠이 깨고 보니 엄동설한도 아닌데 군불을 얼마나 지폈는지 방바닥이 설설 끓었다. 들창도 없는 방이라 장사꾼은 하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윗도리를 훌렁 벗은 채 또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밤이 깊었나. 이상한 낌새에 잠을 깨니, 아니 이럴 수가. 웬 여인이 장사꾼의 팔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손으로 더.. 2023. 3. 21. 산신령이 꿈에서 준 큰 선물 산신령이 꿈에서 준 큰 선물 새 소리를 알아듣게 되는데 억보는 스물두살 노총각이다. 5년 동안 최 진사네 머슴살이해주고 새경으로 악산 하나를 받았다. 동네에서 한식경이나 떨어진 그 산자락에 초가삼간 지어놓고 혼자 살고 있다. 억보는 일가친척도 없는 혈혈단신이지만 힘이 장사고 부지런한 데다 성품이 착하다. 산비탈에 나무를 캐고 돌멩이를 주워 치우고 화전 밭뙈기를 만들어 콩 심고 조 심고 들깨도 심었다. 감나무와 밤나무도 심어 겨울이면 뜨끈뜨끈하게 군불을 지펴두고 아랫목에 앉아 다락의 홍시도 꺼내 먹고 화로에 밤도 구워 먹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억보는 새를 좋아한다. 참새떼·박새떼가 들깨를 쪼아 먹어도 훠이 소리 한번 지르지 않는다. 찌르레기란 녀석들은 시끄럽게 몰려와 감이 익는 족족 다 쪼아 먹지만 억보는.. 2023. 3. 13. 오실댁 권 대감댁에 새 침모 들어온후 우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권 대감댁에 침모가 새로 들어왔다. 오실댁은 삼십대 중반 나이에 말수가 적었고 품행도 얌전했다. 바느질 솜씨가 원체 빼어나 옷 하나 버선 한켤레를 지어도 안방마님이 언제나 흡족해했다. 오실댁 곁엔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가끔씩 자리 잡고 있었다. 오실댁이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느니, 도둑고양이가 우연히 침모방에 들락거린다느니 설왕설래했다. 안방마님이 오실댁에게 물었더니 데려온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밤중에 뒷간에 가던 권 대감의 맏손자, 도련님은 바로 앞에 새카만 고양이가 두 눈에 불을 뿜는 걸 보고 댓돌에서 나뒹굴기도 했다. 안방마님도 몇번이나 검은 고양이에 놀라자 권 대감이 고양이를 잡으려고 대장간에서 고양이 틀을 만들.. 2023. 3. 10. 천하장사 달호 집안 잘살고 얼굴 반반한 분자 천하장사 달호에게 반하는데… 건달과 한량은 둘 다 가족을 위해서 땀 흘려 일하는 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여자 후리는 일에나 온 정신이 팔려 있다. 다른 점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한량은 돈을 물 쓰듯 해도 돈 나오는 구멍이 화수분이다. 흔히 과거에 계속 떨어진 천석꾼 집안의 개차반 아들인 것. 돈을 쓰는 것이야 쉽지만 벌어서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량과 건달은 여기서 갈린다. 달호는 건달이다. 단옷날 씨름판에서 강적을 협박해 천하장사를 차지하든가 저잣거리에서 보호세라는 명목으로 생돈을 뜯어내든가 사기도박을 하든가 하여튼 못된 짓으로 돈을 만들어야 한다. 집안도 넉넉하고 얼굴도 반반한 분자가 번듯한 신랑감을 다 차버리고 단옷날 황소.. 2023. 3. 7.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