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사랑방 이야기 일찍 출세해 안하무인으로 정실 두고 여색 탐하던 일출 인생 끝자락 그의 모습은… 허 대인은 천석꾼 부자지만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게 한이 돼 기생의 머리를 얹어주고 그토록 원하던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허일출은 옥골(고결한 풍채)에 영리했다. 허 대인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일출은 정실 딸인 누나들을 하녀 부리듯 했다. 다섯살이 돼 서당에 들어갔는데 하나를 배우면 열가지를 깨쳤다. 열살이 됐을 때는 훈장님이 외출하면 회초리를 들고 훈장 행세를 해 학동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네 머릿속엔 오줌이 들었느냐?” 글이 처지는 학동들은 종아리에 피가 났다. 일출이 열다섯에 초시에 붙더니 열여덟에 대과에 급제, 어사화를 꽂고 말을 타고 금의환향하자 고을 사또가 마중 나가 술을 따랐다. 허일출은 임금님 곁을 지키는 승.. 2023. 2. 22. 새우젓 도매상 새우젓 도매상 하던 유 대인 노다지 캐려 땅굴 파는데… 전북 부안 곰소에서 새우젓 도매상을 하는 유 대인은 이제 걱정 없이 산다. 열여섯살, 뼈가 영글지도 않았을 때부터 그 무거운 새우젓 통을 메고 이 산골 저 산골을 다녔다. 주막에선 방값이 아까워 굴뚝 옆에 거적때기를 덮고 자고 장작을 패주고 식은 밥을 얻어먹으며 끼니를 때웠다. 밤이면 언제나 벌어지는 장돌뱅이의 술판에도 끼지 않고 한평생 왕구두쇠 소리를 들으며 아끼고 아껴 마흔이 되자 곰소에서 새우젓 도매상을 차렸다. 부창부수(夫唱婦隨·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잘 따름). 억척같은 마누라는 도매상에서 치부를 보며 일전 한푼 나가는 걸 벌벌 떨었다. 새우젓 장수에게 외상을 주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노름판에 새우젓은 물론 지게까지 잡혀서 날리고 빈 .. 2023. 2. 21.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데…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데… 하곡천에 돌다리 놓인 내막은 하곡산이 운해를 뚫고 장엄하게 솟아올라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하곡천 너머 황금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끈질기게 퍼붓던 장마가 끝나자 지글지글 끓는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장마만 오면 나무다리는 힘 한번 못 쓰고 흙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버렸다. 연례행사다. 하곡천을 건너서 관아가 있는 대처로 가는 사람들은 동네가 다르다. 하곡산 자락 드넓은 들판을 안은 매화촌 양반과 천변에 붙어 버들가지로 소쿠리나 짚방석을 짜 장터에 내다 파는 버들촌의 상것이다. 버들촌 사람은 백성·짚신장수·엿장수·대장장이로 대처 장터에 나가 그날그날 벌어먹는 가난에 찌든 이들이다. 하곡천 다리가 떠내려가버리면 버들촌 사람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매화촌 양반은 느긋하다. 장터에 갈 .. 2023. 2. 20. 사랑방 야화 밥 빌어먹던 한심한 젊은이 훗날 대장군 한신이 되는데 소읍, 강소성 회음현에 좀 모자란 젊은이가 있었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도 멀쩡했지만 뭔가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어 언제나 궁한 티가 뚝뚝 흘렀다. 아침이면 어설픈 친구 사이인 정장네 집에 “에헴, 에헴” 헛기침을 하고 들어가 염치 불고하고 그네 식구들 아침상에 끼어들었다. 아침 한끼를 정장네서 때우고는 저잣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정장네 밉상 거머리가 된 그를 떼어내기로 작정한 이는 정장 마누라였다. 어느 날 아침, 두어 식경이나 일찍 식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안주인이 설거지까지 끝낸 시간에 “에헴, 에헴” 염소 울음소리를 내며 정장 집에 들어온 젊은이는 텅 빈 상을 보고 친구에게 욕을 퍼붓고는 두번 다시 아침을 얻어먹으러 오지 않았다. 끼니를 밥 먹듯이 .. 2023. 2. 14.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