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319) 고깔 사경 헤매는 남편 살리려는 자실댁 최대인과 은밀한 거래 시작하는데… 이 진사 사랑방엔 선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술 한잔 걸친 선비들은 하나같이 이 진사를 졸라댔다. 마지못한 척 이 진사는 병풍 뒤 책장에서 사군자 족자를 꺼내 펼치고 선비들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사군자는 이 진사 부인의 작품이다. 재색을 겸비한 이 진사 부인 자실댁의 신혼생활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이레 만에 다가오는 장날이면 남들의 수군거림도 아랑곳없이 이 진사는 자실댁 손을 잡고 장으로 갔다. 챙 넓은 갓에 옥색비단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이 진사도 훤칠했지만 청사·홍사 치마저고리에 장옷을 걸친 자실댁은 하늘에서 갓 내려온 선녀였다. 필방에 들러 먹과 붓을 사고 방물가게에서 노리개를 사고 너비아니집에 들렀다가 저녁나절 집에.. 2022. 11. 18.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318)- 애꾸눈 고양이 - 변 생원, 텃세 못 이겨 마을 떠나자 집집이 줄초상 치르기 시작하는데… 풍산의 풍실은 풍산개 골짜기다. 집집이 풍산개를 키우지 않는 집이 없었다. 풍산개는 원래 고구려 왕실과 귀족들만 키우던 개다. 나라가 망하고 나서 민가로 흘러나왔지만, 손이 귀한 혈통인지 널리 퍼지지 못하고 풍산 고을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풍산에서도 풍실은 이름 그대로 풍산개가 자손을 잘 퍼뜨리는 명당이다. 풍실에 변 생원이라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이가 이사 왔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도둑떼가 들어온 듯 온 마을의 풍산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달구지에 싣고 온 볼품없는 이삿짐 위 엎어 실은 솥 위에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옹크리고 앉아 너희는 짖으라는 듯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초가삼간에 산자락 밭 몇 뙈기를 마.. 2022. 11. 18. 돌아온 배 생원 배 생원의 젊은 후처 태기 비치자 두 며느리들은 아연실색하는데… 소금장수 보부상 배 생원이 술 한잔을 나누고 주막집 객방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달엔 동료 보부상 우 서방이 허리가 아파 고향으로 돌아가고, 어제는 연배도 아래인 박 서방이 무릎이 나가 고향집까지 걸어갈 수도 없어 기약 없이 주막 구석방에 처박혀 쑥뜸만 뜨는 것이다. 보부상은 무거운 등짐을 지고 고개 넘고 내 건너, 걷고 또 걷는 게 일이라 마흔살 언저리에서 허리에 무릎에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배 생원도 가끔 무릎이 시큰거려 눈 질끈 감고 이만할 때 그만두기로 했다. 보부상을 접기로 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집이 그리운 것이다. 다음날 새벽 소금가마를 챙겨 떠날 걱정하지 않고 마누라 엉덩이 두드리며 제 집 안방에서 스르르 눈.. 2022. 11. 16. 까막눈 까막눈 봉득이는 뼈대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아버지는 화병으로 드러누웠다. 어느 날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최참봉이 강 건너 문병을 왔다. 두사람은 최참봉의 딸과 봉득이를 나이가 차면 혼인시키기로 약속한 사이다. “내가 죽거든 우리 봉득이를 자네가 좀 맡아주게.” 두사람은 손을 굳게 잡았다. 한달이 지나 봉득이 아버지도 이승을 하직하고 봉득이는 최참봉네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선친의 의형제 최참봉은 여섯살 봉득이의 거처를 행랑으로 정해줬다. 봉득이는 마당도 쓸고 잔심부름도 하며 밥값을 하다가 어느 날 최참봉에게 서당에 가서 글을 배우고 싶다고 청을 올리자 최참봉이 말하길 “글은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거냐! 너는 열여섯살이 되면 내 사위가 돼 우리집 살림을 꾸려가야 해. 내가.. 2022. 11. 7.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