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그 여인 상주 관아에 불쑥 나타난 한 여인, 딸아이의 아비를 찾아달라 하는데… 상주 관아에 한 여인이 예닐곱살 난 여자애 손을 잡고 나타나 동헌 마당에서 사또를 쳐다보며 하소연을 했다. “쇤네는 7년 전 이곳 상주에서 두어해 살았습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땅만 내려다보고 있어 사또가 “그래서?”라며 용건을 재촉하자 여인이 말했다. “쇤네 딸년 아비를 찾아주십시오.” “딸애 아비라? 아비가 도망을 쳤느냐?” “아닙니다. 쇤네는 그때 만상 객주에서 찬모를 도와 부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요.” 사또가 의아한 눈초리로 “그때 잉태를 했다면 출산날에서 역산, 아비를 집어낼 수 있잖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여인이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요” 했다. 옆에 있던 이방이 손.. 2022. 10. 31. 하늘과 땅 대과에 떨어지고 고개 떨군 덕구 권위 찾으려 계책을 꾸미는데… 문 첨지가 훈장을 찾아왔다. 훈장은 문 첨지만 보면 곤혹스럽다. 문 첨지 아들 셋이 이 서당을 거쳐 가며 갖다 바친 물심양면의 정성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단 걸 훈장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주지육림 술판에 기생과의 잠자리까지 대접을 받았지만 문 첨지 아들 셋 모두 대과는 고사하고 소과에도 못 미쳐 초시 하나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훈장도 할 말은 있다. 특별과외를 그렇게 시켰건만 머리가 모자라는 걸 어찌하랴! 문 첨지가 이번에 찾아온 건 막내 외동딸과 짝을 지을 그럴듯한 사위놈을 구하기 위해서다. 훈장이 무릎을 쳤다. “안성맞춤이 있소이다.” 문 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훈장 큰 소리를 믿을 수 있어야 말이지” 했다. 허기.. 2022. 10. 29. 과수댁과 심마니 총각 정 나눴던 심마니 금봉이 발길 끊자 과수댁, 결심한 듯 관아로 향하는데… 입동이 지난 이맘때는 심마니의 한철이다. 서리 맞은 풀은 드러눕고 새빨간 산삼 열매는 고개를 바짝 쳐들기 때문이다. 심마니에게 늦가을 찬비는 질색이다. 산골짜기, 외딴 오두막 너와집 굴뚝에 연기는 물씬 피어오르고 멍석을 깐 방바닥은 뜨습다. 금봉이는 야속한 비만 탓하며 뒹굴뒹굴 구르고 있었다. “심마니 총각 있는가?” 누군가 낭랑한 목소리로 사립문을 열고 들어와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쳤다. 금봉이가 문을 열고 내다보니 아랫마을 과수댁이다. 과수댁이 방에 들어와 들고 온 보자기를 풀었다. 아직도 김이 나는 장떡에다가 머루술 한호리병이 나왔다. 배는 고픈데도 밥해 먹기 귀찮아 뭉그적거리고 있던 금봉이는 머루주 한잔 마시고 장떡을 볼이 터.. 2022. 10. 29. 영감 속히 물러가시오 (耉也速去) 영감 속히 물러가시오 (耉也速去) 한 산골에 부부가 살았는데, 금슬이 매우 좋아서 늘 한방에 기거하며 평생을 해로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니, 홀로 남은 노파는 통곡을 하면서 매우 슬퍼했다. 남편의 장례를 끝낸 뒤에도 노파는 계속 애통해 하면서, "여보 영감! 날 좀 속히 데려가 주시오. 속히 데려가오!" 해가며 습관처럼 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계속 울고 있으니, 이웃 사람들이 매우 싫어했다. 그리고는 서로 의논하여 정말 슬퍼서 우는지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곧 이 노파의 집과 이웃해 사는 한 청년이 그 일을 자청하고 나섰다. 어느 날 저녁때는 구름이 많이 끼어 음침하고 보슬비까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아 때 젊은이는, '오늘밤이야말로 노파를 시.. 2022. 10. 26.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