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음양구분환 음양구분환 점잖은 선비 이진사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이진사 마음을 들뜨게 만든 것은 부인이 친정에서 데리고 온 여종, 열일곱살 꽃분이 때문이다. 허리통에 오겹살이 올라 누워도 접히고 앉아도 접히는 마누라만 보다가 잘록한 개미허리에 탱탱하게 벌어진 복숭아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드는 꽃분이를 보자 이진사는 그만 얼이 빠졌다. 가끔씩 밤이면 안방으로 건너가 부인의 옷고름을 풀던 이진사는 꽃분이가 온 후로 안방 발길을 뚝 끊었다. 평생 기생집 출입 한번 하지 않고 넉넉한 살림에도 첩 한번 들인 적 없는 이진사가 때늦게 꽃분이를 보고 나서 상사병이 났다. 밤마다 꽃분이가 물주전자를 들고 와 이부자리를 펴 줄 때면 이진사는 동전 몇닢을 꽃분이 손에 쥐어 주고 손목을 만져 보는 게 고작이지 마누라 눈을 피해 그 이상.. 2022. 12. 16. 최참봉과 멧돼지 최참봉과 멧돼지 청산골이 발칵 뒤집어졌다. 간밤에 최참봉의 선친 묘가 파헤쳐져 백골이 흩어진 것이다. 산돼지의 짓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크게 놀랐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7년 전에 이승을 하직한 최참봉의 선친은 생전에 남 못할 짓을 수없이 저지르고도 눈도 깜짝하지 않은 악덕 지주였다. 보릿고개에 굶어 죽어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장리쌀을 놓아 목줄을 걸고 있던 몇마지기 밭뙈기를 송두리째 빼앗고, 그나마 논밭조차 없는 집은 어린 딸을 데려와 이불 속 노리개로 삼았다. 소작농의 마누라를 겁탈해 그녀가 목을 매어 자살하기도 했다. 이런 악행에도 탈이 나지 않은 것은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그 집안 소작농인 데다, 포악하기 이를 데 없어 감히 항의라도 할라치면 사냥개 같은 하인들한테 무지막지 매질을 당하기 일.. 2022. 12. 13. 출가 외인 출가 외인 점잖은 고 진사는 평생 화를 내거나 다투는 일이 없었지만 이번만은 오장육부가 뒤집혀?다. 겨울이 되자 해소천식이 심해진 고 진사는 사십리 밖 황 의원을 찾아가 약 한첩 지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딸 생각이 나서 발길을 돌렸다. 십리만 더 가면 재작년에 시집간 맏딸 집이다. 오랜만에 딸도 보고 사돈댁 살아가는 모습도 볼 겸 고개 넘고 물 건너 막실 맏딸 집으로 한걸음에 내달았다. 절구질을 하던 딸이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 “아버지, 어인 일로…” 하고 달려나왔다. (主 여기서 절구질은 남편과 떡방아를 찧는 게 아님 ㅋㅋ) 바깥사돈도 사랑방에서 나와 고 진사의 두손을 잡았다. “이렇게 불쑥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사돈어른.” “별말씀을…. 어서 사랑으로 들어가시지요.” 사랑방에 좌정하자 사돈이 문을.. 2022. 12. 13. 화천댁과 정 떼기 화천댁과 정 떼기 젊었을 적부터 유 초시는 부인 회천 댁을 끔찍이 사랑해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 부엌에 갖다 주고, 동지섣달이면 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 부인이 안쓰러워 개울 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때 물을 데웠다. 봄이 되면 회천 댁이 좋아하는 곰 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다니고 어디서 봉선화 모종을 구해다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유 초시는 회천 댁이 좋아하는 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이러니 회천댁 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단 하루라도 회천 댁처럼 살아봤으면 한이 없겠네.” “회천 댁은 무슨 복을 타고나 저런 신랑을 만났을꼬.” 회천댁도 유 초시를 끔찍이 사랑해 봄이면 병아리를 서른 마리나 사와 정성껏 키워 유 초시 상에 .. 2022. 12. 12.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