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感動.野談.說話253 문어 문어 허서방 부친이 운명한지 일주기가 되자 소상 준비로 온집안이 떠들썩했다. 뒤뜰에서는 명석을 깔아놓고 허서방 작은아버지가 해물을 다듬고 있는데 허서방의 각시가 꼬치를 가지고 왔다가 발이 붙어버렸다. “아따 그 문어 참 싱싱하네요 잉~. 우리 형님이 문어를 억수로 좋아하셨는디.” 시숙이 손질하는 문어를 내려다보며 새각시는 침을 흘렸다. 밤은 삼경인데 일을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온 새신부는 몸은 피곤한데도 토옹 잠이 오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허서방이 방으로 들어와 쪼그리고 앉아 한숨만 쉬고 있는 새신부를 보고 "여보, 눈 좀 붙여야 내일 손님을 치를게 아녀? 왜 한숨만 쉬고 있어?” 날이 새면 시아버지 소상날인데 종부인 새며느리가 서방한테 코맹맹이 소리로 한다는 말이 “문어가 먹고 싶어 잠이 통안 옵니다... 2022. 11. 6. 구두 한짝 저잣거리서 만두 파는 13살 ‘풍찬’, 한겨울 부잣집 손녀에게서 구두 받아 10년 후 둘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저잣거리를 지나 개울을 건너면 앞산 북사면이 온통 하얀 메밀밭이다.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드넓은 메밀밭은 꽃이 폈을 때보다 더 새하얀 설야(雪野)가 된다. 온종일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동짓달이 되면 켜켜이 쌓인 눈이 아이들 허리춤까지 차오른다. 적당한 경사에 눈밭이 워낙 넓어 눈썰매 타기에 안성맞춤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도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 함께 썰매를 탄다. 이 메밀밭 눈밭엔 이 고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바글거린다. 메밀밭 주인은 메밀밭이 발자국에 다져지면 이듬해 농사가 되지 않는다며 못 들어오게 막다가 생각이 바뀌어 그 넓은 밭에 가로 새끼줄을 치고 개울 건너 입구에서 일전.. 2022. 11. 3. 복상사(腹上死) 이야기 복상사(腹上死) 이야기 천석꾼 부자 최참봉이 상처를 하고 3년 동안 홀아비 생활을 하다가 양자 내외를 세간 내보내고 새장가를 들게 되었다. 최부자네 안방을 차지할 삼십대 초반의 황간댁은 사슴 눈, 오똑한 코, 백옥 같은 피부에 앵두 입술로 자색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둥그런 턱 선과 넉넉한 인중, 넓은 이마 등 부귀영화를 타고난 인물이다. 고을이 떠들썩하게 혼례를 올렸는데 첫날밤에 최참봉이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집의 담 모퉁이 하나 고치는 일도 구곡암자의 영검도사에게 물어보고 실행에 옮기던 최참봉이 혼인만은 자기 뜻대로 한 것이다. 혼례식을 올리기 전 황간댁의 관상을 본 영검도사가 최참봉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그 여자 배 위에서는 황소도 살아남을 수 없으니 부디 혼약을.. 2022. 11. 2.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내년 봄 혼인 예정인 필조, 몸종 ‘동지’에게 은밀한 부탁을 하는데… 월림이가 시집간 지 2년도 안돼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월림이를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은 바로 뒷집 친구 필조였다. 월림이와 필조는 앞뒷집에 사는 사촌보다 가까운 사이로 젖떼기 전부터 함께 뒹군 또래이자 자매 같은 친구다. 두 친구가 부둥켜안았는데 월림이는 흐느꼈다. 덩달아 필조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꽃 피고 새 우는 내년 봄 춘삼월에 혼례날짜를 받아놓은 필조는 이태 전 시집간 월림이에게 물어볼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런데 눈물부터 쏟으니 결혼생활이 심상치 않았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태 전, 양반 대갓집 맏딸 월림이가 이웃고을 유 대감댁 맏아들에게 시집가던 날엔 온 고을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이 썩 밝지.. 2022. 11. 2.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64 다음